“라떼는 말이야”…그 시절 꽃핀 우리의 이야기, 유인봉 작가 수필집
“라떼는 말이야”…그 시절 꽃핀 우리의 이야기, 유인봉 작가 수필집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6.0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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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질만능주의와 속도의 시대, 조금은 천천히 걸어가라고 조언하는 선배 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유인봉 작가가 수필집 ‘지나온 길에 편지를 쓰다(도서출판 학예사·2만원)’를 출간했다.

 총 5부로 구성된 수필집은 1960년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추억할 수 있는 고향 속 유년의 이야기를 촘촘하게 담아내고 있다.

 누군가는 개인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라고 치부하기도 하지만, 근대화로 가는 길목에서 고난과 가난을 극복한 베이비붐 세대의 눈으로 기록한 이야기는 역사이자 증거다.

 제1부 ‘유년의 교실’과 제2부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에는 50년이라는 세월의 강을 건넜음에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기억을 꼼꼼하게 새겨 넣었다. 판자집 교실, 콩나물시루 교실, 손때 묻은 책상, 아이들이 함성으로 가득 메웠던 너른 운동장, 단발머리 나풀거리며 고무줄을 넘던 여자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제3부 ‘꽁보리밥도 귀했다’에서는 근검, 절약, 저축 정신으로 무장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유 작가는 김치와 고구마에 식은 밥을 넣어 끓인 국밥으로 허기를 때우고, 하루에 두 번씩은 나무나 풀 짐을 지고 재를 넘어야했던 아이들의 모습, 정든 고향을 떠나 가발 공장과 신발 공장에서 일을 하며 동생들의 학비를 대고 생활비를 보탰던 같은 세대의 모습을 회상한다. 브라더 미싱, 방물장수, 자전거포, 자수와 뜨개질, 미원과 비풍, 트랜지스터 라디오, 레코드와 전축 등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사물들을 소환한 점이 흥미롭다.

 제4부는 ‘삐삐세대’에서는 나팔바지와 개다리춤, 장발과 미니스커트, 야간 통행금지 등 청춘을 울고 웃게 만들었던 그 시간을, 제5부 ‘마흔살 어머니’에는 숨죽여 불러보는 어머니를 향한 아들의 지극한 사랑과 효심을 담아내고 있다.

 유인봉 작가는 “근대화로 가는 길목에서 희생한 선배 세대가 흘린 땀과 눈물과 애환을 알려주고 싶었다”면서 “물질적 풍요와 개인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우리가 진정 보존하고 지켜가야 할 정신적, 역사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유 작가는 전북 장수 출생으로 원광대 법학과와 전북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농협중앙회 장수군지부장과 전북지역본부 부본부장을 역임했다. 장수문인협회 회원이며, 시집 ‘바람부는 들판에서’를 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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