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 안방극장]<3>우주의 끝은 바로 여기…철학적 질문 담은 애니메이션
[콕, 안방극장]<3>우주의 끝은 바로 여기…철학적 질문 담은 애니메이션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6.03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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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우주의 끝은 어디야?”

 “글쎄. 어디쯤일까?”

 “그것도 몰라?”

 “와? 니는 아나?”

 “바로, 여기.”

 네 가족이 함께 누운 침대 위에서 정적을 깨뜨린 큰아이의 질문에 대한 막내의 답변에 혜안이 있었다.

 10분. 누군가에게는 짧다면 짧을 수 있고, 길다면 길 수 있는 시간. 영화 ‘우주의 끝’은 그 시간을 온전한 생각의 길로 안내한다. 단순한 구성 속에 삶과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나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길어야 세 달 정도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는 귀갓길을 재촉한다. 그 귀갓길에서 나는 삶의 여러 표정을 만나게 된다. 길 한복판에서 프로젝트를 거절 당하는가 하면, 열심히 전단지를 뿌리며 식장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을 만난다. 다 죽어가는 사람한테 인생무상이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홀연히 사라지는 노인이 있질 않나, 다리 위에서는 뜬금없는 자살 소동이 빚어지기도 한다.

 “삶이란 무엇일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 영화는 그렇게 길 위의 철학가들과 함께 답을 찾아간다. 그 방식은 평온하고, 소박하고, 유머가 넘쳐 즐겁기까지 하다. 내가 시한부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말이다. 결국, 영화가 제시하고 싶은 주제는 ‘지금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라’ 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 망할 놈의 할머니가 전한 이야기가 귓가를 멤돈다.

“그렇지. 누구나 한 번은 죽고 또 누군가 울면서 태어나지. 사는 내내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애쓰는데 시간을 다 써버려. 근데 좋은건 잠시야. 어차피 거기엔 아무 것도 없을 거야.”

 따스한 햇살이 거실로 스며들기 시작한다.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선율에 맞춰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내가 보인다. 이 순간, 가장 자유로운 모습으로 우주의 끝을 향해 한 바퀴 ‘턴’한다. 누가 뭐라 할지라도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그리고 나는 별이 된다.

 한병아 감독의 ‘우주의 끝’은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6일까지 OTT서비스 WAVVE에서 온라인상영회를 이어가며, 추후 진행될 예정인 장기상영회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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