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 안방극장]<1> 김순악 할머니의 삶, 현재의 사람들과 다시 돌아보다 박문칠 감독 작품 '보드랍게'
[콕, 안방극장]<1> 김순악 할머니의 삶, 현재의 사람들과 다시 돌아보다 박문칠 감독 작품 '보드랍게'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0.06.0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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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콕, 안방극장은 코로나19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온라인으로 상영이 가능한 영화들 중 도민들이 주목할 만한 작품을 추천한다. 소개한 작품들은 온라인과 장기상영회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편집자주)

 김순악 할머니의 이름은 너무 많았지만 결국 본인의 이름으로 2010년에 땅에 묻혔다. 1928년 경북 경산 출신인 김 할머니는 일본군에 끌려가 청춘을 잃었다. 나라로 돌아온 후에도 전쟁이 있었고 할머니는 살기 위해 미군 물품을 파는 장사를 하는 등 박복한 과거를 거쳤다. 박문칠 감독은 할머니의 모습, 사진, 여성활동가들의 증언, 애니메이션 등으로 김 할머니의 모습을 모자이크처럼 구성한다. 영화는 김 할머니의 박복한 과거와 억울한 원한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준다. 애니메이션의 화풍은 동화처럼 둥그렇지만 그 과정은 엄연한 사실로 다가온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나이의 여성활동가들이 김 할머니의 증언을 읽는다.

 그러나 영화는 김 할머니의 원한과 분노, 슬픔만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 할머니는 부처님께 절하는 것을 좋아했고 꽃그림을 잘 그렸고 춤추고 노래도 잘 했다. 동네 할머니의 평범한 모습들을 함께 보여주기에 관객들은 김 할머니의 인생에 손을 잡고 싶은 기분이 든다.

 영화를 만든 박문칠 감독(우석대학교 영상미디어학과 교수)는 이번 영화 제작 계기에 대해 “대구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라는 단체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록하는 작업을 제안받아 책과 증언집, 할머니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들을 살펴보다가 김순악 할머니의 사연이 눈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작품의 연출에 대해 “김순악 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직접 뵙고 찍었을 수도 있지만 돌아가신 만큼 그분의 삶이나 기억을 되살려볼까를 생각하다 그분의 기록을 찾는 과정에서 이미지를 떠올렸고,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할머니의 증언에서는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 활동가들의 증언을 읽어보면서 과거의 시간이 오늘로 다시 되살아나는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박문칠 감독은 1978년 캐나다 토론토 출생이며 2013년 사적 다큐 ‘마이 플레이스’를 시작으로 4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2017년 ‘파란나비효과’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한편 영화는 총 73분이며 OTT서비스 WAVVE와 전주국제영화제 장기상영회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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