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선거판을 휘젓는 작태들
아직도 선거판을 휘젓는 작태들
  • 이흥래
  • 승인 2020.05.31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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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1대 국회가 마침내 새로운 문을 열었다. 앞으로 4년간 굳건하고 생산적이며 선한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이 되길 기원한다. 대한민국의 헌정사가 70여년을 넘었지만 아직도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여러 영역에는 국민의 권리와 자유가 침해되고 세계 문명국가의 반열에 동참하기 부끄러운 자화상이 숱하게 남아있다. 따라서 지난 20대 국회가 노정했던 것과 같은 적폐와 구태를 과감히 청산하고 바야흐로 세계 최선진국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틀을 확고히 갖춰주기를 열망하는 것이다.

  이번 21대 국회에 우리 전북은 가까스로 10명의 지역구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으로의 집중화가 심해지면서 인구 감소는 전국 각 지방이 비슷하지만 그로인한 우리 전북의 정치력 감소는 더욱 심한 실정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이른바 선수가 많은 중량급들이 대거 탈락한데 따른 정치력의 부재를 우려하는 도민들이 많다. 따라서 10명의 소수 정예가 지역발전과 전북 정치력 강화를 위해 더욱 협력해 주기 바란다. 총선이 끝난지 50일 가까이 되고 있지만 아직도 그 결과가 최선이었을까를 회의하는 분위기는 숱하게 감지된다. 4년의 세월은 길지 않다는 것을 새삼 유념해 주길 바란다. 

  이번 총선에서 호남권 유일의 비민주당 당선자인 남원,임실,순창의 이용호 의원이 선거후 사전 투표제를 폐지하고 본 투표일을 이틀로 늘리자는 성명서를 발표해 깜짝 논란을 일으켰다. 그렇찮아도 미래통합당의 몇몇 탈락 후보들이 사전투표와 관련한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있던 터라,

  이 의원의 주장이 그같은 주장에 동조하는게 아닌가 하는 지역 여론의 깜짝 관심이 쏟아졌다. 언론들도 이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고, 이와 관련된 토론도 벌어져 패널들의 열띤 주장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대체적인 주장은 이 의원이 제기한 사전투표제의 문제점보다는, 모처럼 정착되고 있는 사전투표제를 일부러 폐지시켜서는 안된다는데 집중되는 듯 했다.

  물론 그런 주장에 대한 관심도 일부 있었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담그지 말자는 얘기냐는, 이른바 제도의 폐지와 관련한 힐난투가 많았던 듯 싶었다. 하지만 이용호 의원이 제기한 주장의 골자는 본 선거일에 불가피하게 투표하지 못하는 불편함을 개선시키기 위한 사젼투표제의 투표율이 본 투표율보다 높아져, 사전투표에서 사실상 승부가 가려지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므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투표율 문제도 문제지만 사전투표제가 동원선거에 취약하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2012년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사전투표제는 매번 선거에서 투표율을 높이는데 혁혁한 기여를 해오고 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사전투표율은 26.9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이에 힘입은 총선 투표율도 66.2%로 1992년 14대 총선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우리 전북의 경우도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은 35.1%의 사전 투표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전체 선거인수 가운데 사전투표자수를 따진 것이고, 실제 투표자수 가운데 사전 투표자수를 가리면 전국평균은 40.8%, 그리고 우리 전북은 절반이 넘는 52.4%가 사전투표를 통해 참정권을 행사했다. 특히 도내에서도 총선양상이 가장 박빙을 이뤘던 남원,임실,순창 지역구의 경우 남원이 64.6%로 도내 최고를 기록하는 등 3개 시군 모두 60%를 넘었고, 군수 보궐선거를 함께 치른 진안군도 61.1%라는 대단히 높은 사전 투표율을 기록했다.

  그만큼 사전투표는 이제 본 투표일의 참여율을 훨씬 뛰어넘고 있으며 그같은 추세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다보면 앞으로 선거일은 대충 하루 쉬면서 개표나 하는 그런 날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다시 이용호 의원의 주장으로 돌아가, 이처럼 사전 투표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제도의 악용이 심각해지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호의나 모임등을 이유로 친한 유권자들을 감시가 덜 한 다른 지역으로 데리고 나가 식사 등 향응을 제공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라고 한다.

  선거꾼들의 머리가 좋은 줄은 알았지만 선의적으로 고안된 제도의 헛점을 악의적으로 파고드는 그 잔머리의 문제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언젠가는 한번쯤 터지고야 말 시한폭탄으로 치부되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보다 더욱 치열하기 마련인 지방선거의 경우, 유권자 수가 적은 농촌지역은 이미 그 폐해가 아주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가까운 읍면 사무소에서 얼마든지 투표를 할 수 있는데 바쁜 농사꾼들이 뭣 때문에 관외로 나가서 표를 찍고 와야 할까. 선관위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는 않을 터이지만 이러저런 이유로 손을 놓고 있으니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 코로나 때문에 다소 덜했지만 모든 선거캠프마다 유권자들 모시기에 총력을 벌인 이유가 그때문이다. 또한 사전투표를 부추긴 사람들은 선거 당락이 자신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사전투표후 더 죽기살기로 운동에 나서다보니 또다른 부작용까지 빚는다고 한다.

  선거판마다 사전투표와 본 투표의 표심이 다른 이유가 다 이유가 있고, 이 때문에 선거가 며칠만 길어졌으면 큰 일 날뻔 했다는 얘기는 그때문이라는 지적도 틀린말은 아닌듯 싶다. 이런데도 감시가 어렵고, 적발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이대로 방치할 수 만은 없지 않는가.

  따라서 일부 국가처럼 사전투표를 하는 사유를 신고하거나 아예 본 투표일을 늘리는 방안도 무리한 주장만은 아닐 듯 싶다. 이게 어디 구더기 정도로 치부해버릴 사안일까 해서 말이다.

 
 이흥래<前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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