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구분 잘못하면 옥석구분(玉石俱焚)
옥석구분 잘못하면 옥석구분(玉石俱焚)
  • 안도
  • 승인 2020.05.24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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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 중에는 7할이 한자말이다. 그러다 보니 잘못 쓰는 한자말이 참 많다. 그중에는 유식한 척하며 잘못 썼다가는 망신당할 성어들도 참 많다. 예를 들면 ‘난상토론’이 대표이다. 많은 사람들이 난상토론을 부정적인 의미로 알고 있다. 이는 난상토론의 ‘난’을 어지러울 ‘난(亂)’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상토론(爛商討論)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충분히 의논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다. 여기서 ‘난(爛)’자는 빛나다, 무르익다는 뜻이며 ‘상(商)’은 장사라는 뜻 외에 ‘헤아리다’는 의미도 있어 “낱낱이 들어서 잘 토의함”을 뜻한다.

 ‘옥석구분’도 잘못 쓰는 성어 중 하나다. 대부분 ‘옥석구분(玉石區分)’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성어는 어느 국어사전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서경(書經)에 나오는 옥석구분은 ‘옥석구분(玉石俱焚)’으로 “옥이나 돌이 모두 불에 탄다.”는 뜻이며 옳은 사람이나 그른 사람 구별 없이 모두 재앙을 받음을 이르는 말이니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옥석구분’과는 정반대의 뜻이다 따라서 “좋고 나쁨을 잘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의 표현을 하려면 “옥석(玉石)을 잘 구분해야 한다”고 띄어서 써야지 ‘옥석구분’을 붙여 쓰면 안 된다.

 요즈음 정치권에서 모(某)정당의 비례대표 당선자 윤(尹)씨의 기사가 모든 신문을 도배하고 있다. 그러나 장본인은 어렵게 얻은 금(金) 배지를 끝까지 사수하겠다고 공언을 하며 뺏기지 않으려 발버둥을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국회의원이 되면 연봉 1억5천 여 만원에다 장관급 예우를 받고 4급 2명, 5급 2명, 6급 1명, 7급 1명, 9급 1명 등 최대 9명까지 보좌진을 거느릴 수 있으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연간 3억 9천만 원이다. 그리고 단 하루만 배지를 달아도 평생 지급되는 연금이 120만원이다. 여기에 불체포나, 면책 특권 등 금액으로 따질 수 없는 혜택을 받으니 누가 감히 사퇴를 하겠는가?

 그런데 우리나라의 ‘비례대표제’는 다수대표제와 소수대표제가 발생시키는 여러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생겨난 제도로 소선거구 유권자의 의사가 정당의 의석수에 반영되는 제도다. 또 한편으로는 사표(死票) 발생을 줄이고 소수파의 의석을 보장해 거대 정당의 독점적 지배를 막아 보자는 의도였지만 그 본디의 목적이 퇴색되어버렸다.

 이러한 본말을 잃은 채 여·야를 막론하고 비례대표 공천을 받겠다고 난리고 공천받으면 이제는 당선권에 가까운 번호를 받으려고 또 난리다. 그러니 우리 국민들은 곁에서 볼썽사나운 밥그릇 싸움만 지켜볼 뿐이다. 하지만 우리국민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을 위해 일하는 계파의 사람이 아닌 국민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뽑고 싶다.

 허울 좋은 유명인들을 영입해서 전략 공천을 했다는 사탕발림의 포장보다는 국가를 위해 수십 년을 헌신하고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사람들을 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공천의 뚜껑을 열어보면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을 공천해놓고 찍어달라고 하소연이 아닌 강요를 하고 있다. 그러면 일부 배알 없는 유권자들은 찍었다고 자랑삼아 떠들고 다닌다.

 특히 공천자들을 사전심의 없이 겉으로 드러난 명함만 믿고 공천을 해놓고 온갖 화려한 이유를 갖다 붙이면 이에 수긍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여기서도 결국은 밀실공천, 나눠 먹기식의 비민주적 절차가 숨어있다. 비례대표제도의 모범국가 독일은 입후보에 관해 상세히 알리고 전체 대의원회의에서 비밀투표로 선출된 자를 후보자로 지명한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는 사리사욕을 위한 시민운동을 하면서 품위에 맞지 않는 언행이나 막말 등 각종 불미스러운 일로 물의를 빚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과연 이들의 옥석(玉石)을 누가 가려줄 것인가? 아니면 모두가 함께 공멸하여 옥석구분(玉石俱焚)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안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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