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화가 이승우의 ‘짓거리’전
원로 화가 이승우의 ‘짓거리’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5.24 1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림을 그리면서고 계속 다음 그림을 생각

 “그림을 그리면서도 계속 다음 그림을 생각하고, 내 삶을 생각하니 한 작품이 완성되기 전에 다음 그림이 머릿속을 꽉 채워 비집고 나온다.”

그가 하루 열대여섯 시간을 꼬박 앉아서 그림에 시간을 쏟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작업노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머릿속을 텅 비우기도 전에 머릿속이 자꾸 채워지니, 이를 토해내지 않는다면 아마도 미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터. 갈수록 복잡해 지는 세상, 하나 둘씩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헛헛함이 밀려들어올 때도 있지만, 그는 괜찮다. 그의 남은 삶은 오로지 그림이 때문에…….

 이승우 작가의 스물 일곱번째 이야기 ‘花 꽃창살로부터-이승우의 짓거리 모음전’이 30일까지 익산 문화의 거리에 위치한 모던갤러리의 초대로 열리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올 한해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 낼 요량이다. 내달에는 전남 고흥 도화헌미술관에서 초대전이 열리고, 7월에는 전주 F갤러리, 가을에는 경기도 양평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인연의 시간이 닿았기 때문이다.

 “뭐, 특별할게 있겠어요. 그냥 ‘짓거리’ 모음전이지요.”

 짧은 언어, 그리고 긴 침묵. 화가의 ‘짓거리’에 둘러싸여 함께하고 있는 시간은 침묵도 대화처럼 느껴진다. 원로는 이렇게 전시회를 열어서 무엇하나 싶다가도 전시를 핑계삼아 오랜만에 보고 싶었던 사람들의 얼굴도 보고, 소주 한 잔 걸칠 수 있으니 족하다. 그는 “인기없는 화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슬픈 일임에도, 어느 한 순간의 황홀이다”고 했다.

 갤러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그의 ‘짓거리’들은 자유롭다. 캔버스 위로 흩뿌려진 색색의 이미지들은 마치 바람을 따라 움직이는 듯 관람객을 안내한다. 페인트를 사용한 그의 작품은 아크릴이나 유화 물감과는 다른 밀도와 발색으로 매력을 뽐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는 테이프를 활용해 형태를 잡아낸 한 ‘꽃 창살’과 드리핑으로 표현한 ‘들꽃’ 시리즈, 거울과 돌 등의 오브제로 완성한 설치 작업까지 어디로 튈지 모를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코로나19의 시대상을 반영한 ‘눈감고 입막고 바라보기’나 ‘죄 없는 자여 돌을 던져라’ 등의 설치작업은 여전히 뜨거운 심장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를 세상에 알리는 증거가 된다.

가족을 향한 애틋한 화가의 마음도 숨어 있다. 부인 김옥희씨가 그린 소품 ‘여인의 길’은 그의 놀이터 안에 살포시 자리했고, 손자와 함께 협업한 작품 또한 위트가 넘친다.

 “그림은 나만의 놀이다. 나 혼자 생각하고 나혼자 만들어내는 일기다. 나 혼자 노는 놀이의 편린들을 매일 일기로 남긴다.”

그는 오늘도 놀이터로 향한다.

이승우 작가는 원광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와 원광대 대학원(서양화 전공)을 졸업했다. 서울대, 원광대, 군산대 등에서 대학강사로 30여 년 동안 활동했다. 개인전 27회와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전(찾아가는 미술관, 움직이는 미술관)과 한국미술세계화전(파리, 뉴욕, 시드니, 청도) 등 다수의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전북예술상(2003), 중앙일보 대상전 특선(2003) 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 저서로 ‘미술을 찾아서’, ‘현대미술의 이해와 감상’, ‘색채학’, ‘아동미술’이 있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