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엘리트 체육 근절책, 위장전입•사교육 편법 성행
'설익은' 엘리트 체육 근절책, 위장전입•사교육 편법 성행
  • 김혜지 기자
  • 승인 2020.05.07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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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의 기적 ‘슈팅걸스’ 그 이후 (중)

엘리트 체육→생활체육…소수 선발 아닌 클럽 형태
타지역 학생 진학 금지·학군 내에서만 선수 모집
숙소생활 폐해 감소 위해 법령 변경, 되려 편법 성행
학생 선수 타지 유출, 도내 학교 운동부는 존폐 위기

엘리트 체육 구조는 시대가 흐르면서 각종 병폐가 드러나 세간을 들썩이게 했다.

정부는 대안으로 ‘생활 체육’을 유도하고 있으나 성급한 제도 변경 탓에 개선보다는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있다.

엘리트 체육은 명과 암이 뚜렷했다. 강압적이고 엄격한 훈련으로 학생 선수들이 자신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면, 학습 부족을 비롯 각종 민원과 잇단 불미스러운 사건은 부작용으로 남았다.

성과가 좋은 학교 운동부라면 전국 어디에서든 실력 있는 학생들이 모였다. 그러다 보니 운동부가 있는 학교에는 합숙소가 필수였다.

하지만 합숙 생활의 순기능보다 폐단이 짙게 드러났다.

운동부 특유의 군기 문화로 인한 선후배 간 폭행, 성추문 등은 정부가 합숙소 폐지라는 칼을 빼들게 만들었다.

전북도교육청도 초·중·고 합숙소 설치 금지가 담긴 한국체육진흥법 제11조(학교운동부 운영 등)에 따라 단순 숙식제공을 위한 합숙소를 지난해 삼례여중을 끝으로 모두 폐지했다.

여기에 도교육청은 초등학교 졸업생의 거주지 외 지역 중학교 전·입학을 금지했다. 중학교는 지역학군제 입학이기 때문에 원거리 통학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서울교육청 등 10개 지역 교육청은 광역시 내 전·입학을 허용하고 있다.

시도교육청들이 저마다 다른 조건이 적용되는 것은 모호한 시행령 기준 때문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69조를 보면 ‘체육특기자는 당해 교육장 관할지역의 당해 학년 입학정원 중 교육감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입학하게 할 수 있다’고 나와있다.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시도교육청마다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해당 시행령 개정을 요구한 두세훈 전북도의원은 “지난 2017년 법제처에서 ‘교육장이 입학대상자의 범위를 정할 때 관할지역 학생만으로 한정하는 것은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석했고, 국가인권위에서도 ‘행복추구권 과도한 제한이자 체육특기생들이 거주지 외 학교로 진학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전국 또는 시·도 단위 체육특기생에 대한 전·입학의 명확한 범위가 명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준비없이 내놓은 엘리트 체육 근절 대책은 오히려 편법을 성행하게 만들 뿐이었다.

학생 선수들은 학교 선택 기회가 좁아졌고, 학교 운동부는 선수단 구성 피해로 연결됐다.

학부모 ㄴ씨는 “원하는 학교 운동부에 들어가려면 현 제도로선 위장전입이 불가피하다”며 “개선하기 위해 법령을 바꿨다고하지만, 현실은 그대로고 꿈이 있는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엄격해진 제도는 학교 밖 사설 업체의 클럽 운영 확산을 낳기도 했다.

전북축구협회 관계자는 “초등학교는 학교 운동부보다 사설 클럽이 숫자를 넘어섰고, 중학교도 클럽이 점점 느는 추세”라며 “학부모들이 회비 걷어서 지자체 운동장을 수소문해 계약을 맺고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뀐 제도로 학교 운동부 개선을 기대했지만, 학부모들의 지원 부담은 더 늘었고 학생들은 학교 밖으로, 타지로 향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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