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의 기적 ‘슈팅걸스’ 그 이후… (상) 삼례여중 축구부 폐지 후 그들은 어디에
13명의 기적 ‘슈팅걸스’ 그 이후… (상) 삼례여중 축구부 폐지 후 그들은 어디에
  • 김혜지 기자
  • 승인 2020.05.06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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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꿈나무 전국 뿔뿔이 흩어졌다
기적일군 실화 담은 영화 개봉 계기 실상 새삼 주목
삼례중 통폐합으로 숙소여건 등 미비 20년만에 해체
대전, 강릉 등 타지로 전학… 3명은 축구 아예 포기

운동부 학생들이 꿈을 좇을 기회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정부는 ‘엘리트 체육 정책’의 폐해가 잇따르자 합숙소 폐지, 원거리 선수 진학 금지 등 제재를 가했다.

하지만 개선은커녕 여전히 희망 종목의 운동부가 있는 학교를 전국적으로 찾아 헤매야 하는 현실이다.

여기에 해석이 모호한 법령(거주지 외 학교 진학 관련)과 선수 수급 문제는 운동선수를 꿈꾸는 학생들을 점점 사지로 몰고 있다.

최근에는 20년 역사를 자랑한 삼례여중 축구부는 해체 위기를 맞았다. 씁쓸한 상황 속에서 지난 2009년 삼례여중의 기적 같은 우승 이야기를 담긴 영화 ‘슈팅걸스’가 6일 개봉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전북 학생 선수 육성의 구조적 문제를 점검하고, 해결방안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학생 개개인마다 가지고 있던 ‘결핍’이 결국 기적 같은 우승으로 이끌어낸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아이들을 감독과 코치, 학교가 끌어안고 지도해준 것이 성공으로 연결됐던 것이죠. 실력 좋고 우승 경력 많은 운동부였다면 주목하지 않았을 거예요.”

삼례여중 축구부 13명 학생의 기적 같은 우승 실화를 다룬 영화 ‘슈팅걸스’ 감독 배효민 씨의 말이다. 그는 기다렸던 개봉일(6일)에도 말 속에 기쁨보다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긴 삼례여중 축구부가 최근 해체됐다는 소식은 그의 마음을 더 아리게 했다.

배 감독은 “2~3년 전부터 힘들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없어지니 많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영화 ‘슈팅걸스’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13명 학생의 꿈을 위해 故김수철 코치의 열정적인 지도와 애정 어린 보살핌으로 10년 만에 감격스러운 승리를 이끌어낸 이야기다. 영화 제작까지 앞두고 있던 축구부였던 만큼 승승장구할 줄만 알았지만, 실상은 선수 유치 어려움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결국, 학생수 감소로 삼례중과 삼례여중이 통폐합되면서 삼례여중 축구부는 20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 후, 삼례여중 축구부 16명 학생은 타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삼례여중 축구부 학부모였던 A씨는 “8명은 대전 한밭중학교로, 4명은 강릉 하슬라중학교로 전학을 갔다”며 “3명은 축구를 포기했고, 1명은 타지역으로 가기 어려워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전북의 유일했던 여자 중학생 축구부의 운명은 폐지만이 답이었을까.

구 삼례여중 부지에는 기숙사가 있어 원거리 학생들이 오더라도 숙식이 해결돼 수월하게 훈련에 임할 수 있었다. 삼례여중 축구부 16명 중에는 절반 이상인 9명이 타지역 학생들이었다.

하지만 올 3월 새로 문을 연 삼례중에는 기숙사가 없다.

정부의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과 신체적·정서적 발달을 위해 상시 합숙을 금지하라는 취지의 법령 근거 때문이었다.

특히 중학교의 경우 학교배정이 학군제로 이뤄지다 보니 원거리 배정이 있을 수 없다는 이유로 학생선수 기숙사 설치를 못 하게 돼 있다는 게 도교육청의 입장이었다.

결국 삼례여중 축구부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만이 속출하기 시작했고 도교육청, 학교 측과 갈등을 빚었다.

학부모들은 당시 “기숙사를 비롯 천연잔디 운동장, 편의시설 미비 등 축구부 학생들이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며 “기숙사는 포기하더라도 이전 삼례여중 부지 운동장에서 훈련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는데 그것마저도 허락해주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도교육청과 학교 측은 원칙을 강조했고, 학생들의 안정적인 훈련 환경이 우선이었던 학부모들은 급한 마음에 해체 카드를 꺼냈다.

원활한 전학 절차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학부모 A씨는 “여학생이 축구선수를 꿈꾸는 게 죄인 것인지 싶다. 전북에서 그 꿈을 꾸길 바랐는데 오히려 아이들의 희망의 싹을 잘라버렸다”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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