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와 총선, 그리고 시스템이 작동하는 나라
코로나 19와 총선, 그리고 시스템이 작동하는 나라
  • 김형준
  • 승인 2020.04.26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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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 첫 환자가 발생하면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 석 달을 넘어가고 있다. 신천지와 관련된 31번 확진자와 함께 대규모 감염이 발생하며 한 때 위기도 있었지만 다행히 국내 상황은 통제가 가능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외국의 상황이 지금도 확산·악화하고 있어 절대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정부는 점차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기초한 방역을 생활방역으로 전환을 고려할 정도로 어느 정도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한편,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임에도 불굴하고 그동안 여야의 치열한 경쟁을 뒤로하고 제21대 총선이 마무리되었다. 코로나 19의 감염확산 위험성 때문에 과연 총선이 잘 치러질는지, 혹은 또 다른 대규모 확산의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닌지의 걱정에도 66%가 넘는 역대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일단은 무사히 치러 낸 듯하다. 해외 주요국가의 외신들은 우리나라의 총선 상황을 보도하며 한국이 코로나 방역의 모범을 넘어 질서정연하고 높은 투표율이 보여주듯이 선거를 통해 또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 냈다고 앞다투어 칭찬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해외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이후 무려 40여개의 나라가 각종 선거를 연기 혹은 취소한 가운데 우리나라가 전국적 규모의 선거를 치러 낸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방역당국과 선거관리위원회가 감염방지를 위해 마련한 행동수칙도 훌륭했지만, 전국의 투표소에서 감염의 두려움으로 투표 포기하지 않고 역대 최고의 투표율을 보이며 행동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투표에 임하는 국민의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몇 가지 면에서 코로나19 사태의 중요한 고비와 대책에서 전환점들이 있었던 것 같다. 코로나19에 의한 신종 전염병이 중국 우한에서 처음 알려진 이후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를 중심으로 한 방역당국은 한국에 신종 전염병이 유입되는 상황이 시간문제로 보고 본격적인 대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과거 메르스사태때 한순간의 방심으로 치렀던 뼈아픈 경험을 교훈삼아 매년 질본은 신종 전염성의 유행을 상정한 가상 시뮬레이션 훈련을 반복했었고, 마침 지난해 11월 훈련을 막 마친 상태였다. 한편 3년마다 실시하는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의 평가인증절차에 이러한 감염병 유행상황의 대응매뉴얼을 병원별로 만들게 하고 대처 훈련을 실시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대부분의 대형병원이상에서 이번 사태를 훌륭히 대처해내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즉각적으로 일반 국민과 의료인에게 코로나19의 정보를 최대한 정확하고 충분히 공개하고 마스크쓰기와 손 씻기, 무작정 병원을 찾지 않고 선별진료소를 이용하게 하는 등 행동요령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일, 감염자를 빠르게 찾아내기 위한 진단키트를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장 먼저 만들어낸 일, 대규모 지역사회 감염자가 나왔을 때 일부 전문가들의 권고에도 ‘완화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고 대규모 검사와 동선 추적으로 철저히 ‘봉쇄 정책’을 고수한 일, 대구의 대규모 전염자 발생으로 의료시스템이 붕괴할 위기에서 ‘생활치료시설’을 마련하여 철저히 격리, 통제한 일 등은 국면의 전환을 만들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물론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점은 정부의 지침을 믿고 개인위생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행동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사재기와 혐오 등의 집단적 혼란 없이 침착하게 질서를 지켜준 수준 높은 시민의식이 지금의 소강 국면을 만든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이러한 우리나라의 방역대책을 세계 각국이 따라 배우고자 하고 실제로 자국의 방역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유사 이래 대한민국이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렇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일이 있는가 싶을 정도로 여러 위기의 순간에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잘 대처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총선의 다음날인 4월 16일은 세월호 사건의 6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6년 전 우리는 30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세월호의 참사를 바라보며 ‘과연 나라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었다. 더 많은 승객을 태우기 위해 안전을 무시한 구조변경을 감행한 자본의 탐욕과 타락한 종교, 이를 묵인해준 ‘해피아’라고 불리던 관리당국,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비정규적 선장과 선원들의 직업윤리, 해경과 재난 컨트롤타워의 무능 등 너무나 부실한 대한민국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그 당시 많은 전문가는 지난 시절 경제의 가파른 성장과 화려한 겉모습에 취해 우리 사회의 내실을 충실히 만들어가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 참사의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마디로 겉모습만 있고 ‘시스템이 없는 나라’였다는 반성이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총선을 바라보며 이제는 우리가 조금씩 내용과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세계의 많은 석학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이후 세계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가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맞아 대한민국이 우리만의 시스템을 만들고 그것이 훌륭히 작동하여 세계의 모델이 되어보길 꿈꾸어 본다.

 김형준<의료법인 지석의료재단 효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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