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기고] 참 이상한 나라의 선거이야기
[선거기고] 참 이상한 나라의 선거이야기
  • 이효순
  • 승인 2020.04.10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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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사월. 산수유, 화염나비떼는 잔인하게 봄을 피워 올린다. 예전 같으면 사람들의 나들이로 유원지는 시끌벅적 웃음소리로 붐볐을 것이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것인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몸소 실감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비상사태로 학교 개학과 각종 행사 등이 연기 또는 취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4월 1일부터 6일까지 실시한 재외 투표에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55개국 91개 공관에서 치르지 못했다. 36개 공관에서는 재외투표 기간을 단축 운영했다. 재외 투표율이 제도 도입 이후 역대 최저인 23.8%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면역력이 낮은 노년층과 아이를 둔 부모를 중심으로 유권자들이 감염 위험이 있는 투표장에 나가는 것을 꺼려 4월 15일 실시하는 국회의원선거의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몇몇 지인조차 선거도 연기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한 속내를 비춘다. 공직선거법 제196조(선거의 연기) 법조항을 근거로 선거의 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상기 시켜준다.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일어나 중국군에 밀려 후퇴를 거듭하는 과정이었던 1952년 8월 5일 제2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치러졌다.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88.1%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선거 참여율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직선제 대통령 선거로 민주정치의 발전을 꾀했던 역사다.

 역사적으로 힘들 때마다 국민들이 나서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힘은 여전히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요즘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참 이상한 나라”라는 영상을 보면서 더욱 공감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이 제작한 영상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한국인들의 미담을 담고 있다. 세계에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외국인들이 감동하며 “불가능이 없는 나라”라고 극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위기 때일수록 똘똘 뭉치며 양보하고 배려한다. 유전자에 뿌리내린 강인한 정신력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한다. 대한민국이 병들면 국민들도 아프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역사를 통해 배운 까닭이다. 그 어떤 국난이 닥쳐도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게 국민들의 습성이다.

 예외 없이 이번 선거에서도 그 역량을 마음껏 발휘했으면 한다. 지난 2일 중앙선관위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의 투표 의향을 묻는 유권자 의식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선거에 관심 있다”가 81.2%로 4년 전인 제20대 국선의 70.8%와 비교해 10.4% 포인트,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은 72.7%로 20대 국선의 63.9%보다 8.8% 포인트가 높아졌다. 실제 투표율은 선관위의 투표 의향 조사보다는 다소 낮지만 추세는 대체로 맞다. 투표율이 저조할까봐 우려를 많이 했는데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참 이상한 나라” 동영상을 보면서 국회의원선거와 황제펭귄의 허들링이 연상되면서 클로즈업된다. 남극에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영하 50~60°C의 혹한의 추위 속에서도 황제펭귄은 알과 어린 새끼를 지켜낸다. 서로 몸을 밀착하고 한 덩어리가 되어서 집단 전체의 체온을 유지한다. 바깥쪽에 선 펭귄의 체온이 낮아지면 안쪽에 있는 다른 펭귄이 자리를 바꿔주는 “허들링”의 방식으로 참혹한 추위를 함께 견뎌낸다. 황금펭귄이 얼어 죽지 않고 생존하는 비결은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포 속에서 황금펭귄의 세계인 남극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허들링이 4월 15일 국회의원선거에서도 일어났으면 좋겠다. 다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은 아름다운 선거 실현으로 가능하다. 유권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투표소로 달려가 투표를 했으면 한다. 선관위는 방역은 물론 손소독제와 비닐장갑 등을 비치해 안전한 투표소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투표로 만들어가는 세상 함께 참여해, 우리 삶의 질이 높아지고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투표를 위한 투표가 아닌 정책과 공약을 꼼꼼하게 살펴보자. 어떤 후보자가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해 현명하게 선택해야 할 것이다.

 한국, 참 이상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결코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법이 없다. 협동심과 책임감이 강한 이들은 희망을 담아 꼭 투표할 것이다. 투표함으로써 더욱 민주적인 발전과 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앗! 15일, 저기 저 눈부신 초록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이효순<부안군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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