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기업에 사랑을
향토기업에 사랑을
  • 이선홍
  • 승인 2020.04.09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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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많이 유치하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왕성한 생산활동을 통해 창출되는 소득은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지역경제는 그만큼 활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기업들의 유치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급변하는 경제상황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보니 기업들의 투자는 경색되고, 생산여건이 좋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외지기업 유치 못지않게 중요시되고 있는 것이 바로 기존 향토기업의 육성·발전이다. 지역 내 연고를 둔 향토기업은 성장과 발전의 뿌리를 지역에 두고 오랜기간 사업을 영위하면서 수익의 지역사회 환원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면서 지역경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갈수록 전북을 대표하는 향토기업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우리지역 대표 향토기업인 전북고속이 창립 100주년을 맞은 것이다. 참으로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박수받을 만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호남지역 최초 순수민족자본으로 설립된 전북고속은 호남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자 우리나라 9번째 장수기업이라고 한다. 일제 탄압과 한국전쟁, 군사정권을 거치면서도 도민과 함께하며 영광스러운 창립 100주년을 맞은 것이다.

 가까운 일본에는 창업하여 100년이 넘는 기업이 약 5만여 개이고, 200년 이상 된 기업도 3,100여개나 되어 이들 장수기업이 수백만명의 고용을 유지함으로써 일본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특히 이들 장수기업의 90% 정도는 종업원 300명 미만의 중소업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우리 지역에도 이처럼 오랜 시간을 주민과 함께하며 장수하는 기업들이 많았으면 하는 소망이 가득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게 안타깝기만 하다. 정부차원의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많지만 지역기업들은 여전히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기로 치닫고 있는 지역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바로 경쟁력 있는 향토기업의 집중 육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경제주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자체와 기업 지원 기관에서는 토착 우량기업에 대해서는 세제혜택과 보조금 지원 등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하고, 우리 도민들 역시 오랜 기간 지역경제에 많은 기여를 해온 향토기업에 대해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둬야 할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명확한 기업이념과 경영원칙을 세워 이를 준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무엇보다도 고객서비스 강화와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일도 게을리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일본 교토 상인의 상도 33계명에는 ‘한사람의 고객을 상대할 때 1만명의 고객을 대하듯 해야한다’는 말이 있다. 수백년씩 전통을 이어오는 장수기업들의 비결은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다가가는 철두철미한 장인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기업들은 급변하는 시대에 인재가 기업생존을 좌우한다는 맥킨지의 도미닉 바튼 회장의 명언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인재발굴에 힘을 기울이고, 그 인재가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인적자원의 중요성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향토기업이 좋은 환경에서 지역민에게 사랑받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 이들 기업들은 지역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자치단체의 관심과 도민의 사랑 속에 전북고속과 같이 100주년을 맞는 향토기업들이 더욱 많이 생겨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선홍<전주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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