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건강해졌다?
지구가 건강해졌다?
  • 박승환
  • 승인 2020.04.0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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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러니다. 또한, 딜레마라고도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증폭으로 인간들의 사회적 활동이 상당수 중단된 지 불과 2개월 만에 지구는 상당한 체력을 키웠다.

위성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지만 자연환경이 복원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볼 것 많다는 세계 최대의 관광지인 베네치아에도 관광객이 줄어드니, 복잡하던 수로에 보트 대신 돌고래가 헤엄치고 있다고 하고, 각국 도심에도 사람들이 다니지 않으니 산짐승들이 내려와 두려움 없이 거닐고 있다고 한다.

지구를 하나의 거대한 생물체로 본다면 인간 또한 그곳에 기생하고 있는 수많은 생물 중 하나일 뿐이다. 수많은 생물 중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안정된 번식력으로 지구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스로를 발전시킨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보니 결국 인간 최대의 적은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그 바이러스는 지구에 기생하고 사는 생물 중 특히 인간에게 위협과 고통을 줄 뿐 다른 종에게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구는 자신을 파괴하고 상처 내게 하는 고약스러운 인간에 대해 스스로 면역체계를 발동한 것인가? 결국, 크게 보면 인간도 퇴치해야 할 필요가 있는 여러 바이러스 종의 하나라고 판단해서 공격을 시도하는 것인가?

아무튼 현재 세계는 1930년대의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하고, 이후 사회의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대세를 이룬다. 현재는 총소리 없는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도 한다. 매일같이 방영되는 해외뉴스에서는 서로 믿지 못하고 필요한 생필품을 선점하기 위해 극렬하게 다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각각의 명분을 가진 국가 간, 종교 간, 민족 간의 전쟁보다도 당장 내 앞에 닥친 불이익에 저항하거나, 또는 이 상황이 지속한다면 전투적으로 행동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그들에게는 자신과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인들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세간에서 많이 인용되는 “이 또 한 지나가리라”라는 문구처럼 세계는 이 위기를 또 한 번 극복할 것이다.

그리고 자연환경이 경고한 이번의 사태를 복기하면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고민할 것이고,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하나뿐인 ‘별’인 지구를 환경적으로 지키기 위해 연대할 것이다. 왜냐하면, 다음번의 지구는 더 커다란 면역체계를 발동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필자가 당면하고 있는 문화예술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우선적으로 IT산업에 더욱더 의존할 것이다. 오프라인에서의 활동은 줄어들고 온라인에서의 활동, 즉 교육, 전시, 공연 등에서 이미 성과가 보이기는 오래다. 하지만 역시 감동을 주는 예술 활동은 결국 한 방향이 아닌 양방향 소통을 위한 오프라인에서의 체험적인 만남이다. 서로 눈을 맞추고, 숨소리를 듣고, 서로 교감하는 방식을 통한 감성적 전달은 오프라인에서 그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네이티브들이 잘 사용한다는 영어문구가 마음에 와 닿았다. loyal customers(충성스런 고객)와 regular customers(일반적 고객) 이라는 문구이다. 충성스런 고객은 상품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약간은 불편하더라도 절대 다른 상점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반면 일반적 고객은 단골고객이라 할지라도 주변에 조금이라도 가격이 저렴하거나 편리하다면 주저 없이 떠나간다는 의미가 떠올랐다.

특히 고객들의 방문이 필요한 오프라인에서 승부를 보겠다면, 주변의 특별한 환경으로 고객들의 직접적인 방문을 원한다면 “일반적 고객”보다는 “충성스런 고객”들을 확보해야 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지속적인 충성파 고객들을 포함한 많은 예술인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특별하고 가치 있는 오프라인의 개발은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박승환<전주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전주국제사진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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