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지금 추구해야 할 공공의 선(善)
우리들이 지금 추구해야 할 공공의 선(善)
  • 서정환
  • 승인 2020.03.1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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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소설가로 유명한 카뮈는 제2차 세계대전 후의 프랑스뿐 아니라, 당대의 대변가이자, 이후 세대의 스승이었다. 카뮈가 주로 이야기하는 주제는 실존에 당면한 인간의 고독, 자신과 화해하지 못하는 개인의 소외, 죽음 등이었다. 이러한 실존적 삶의 부조리와 반항에 천착한 그는 영원과 순간, 불멸과 필멸, 무한과 유한 등 이율배반적인 모순의 세계 속에 놓여 있는 인간 실존의 모습을 역설하였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비록 이 세계는 부조리한 세계이지만 인간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길은 무기력한 자살이나 종교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맞서야 한다는 게 카뮈 작품들의 주제였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사람들이 죽고,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각종 모임과 행사는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식당이나 상가는 물론 평소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던 도심지도 너무 한산하여 마치 폭풍 전야를 연상시킨다. 사람들을 대중적 패닉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순식간에 공포의 도시로 바뀐 현실을 직면하면서 새삼 카뮈가 말한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본다. 역사적으로 감염병이 다른 질병들과 전혀 다른 사회적 의미를 가져왔던 것을 돌이켜보면 더욱 그렇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이러한 현실에 우리는 어떻게 맞서야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가?

 1947년에 발표한 카뮈의 「페스트」는 전염병인 페스트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투쟁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소설이다. 여기에서 페스트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투쟁을 기록하는 의사 베르나르 리외의 말은 매우 그 울림이 크다. “이 모든 것은 영웅주의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이건 성실성의 문제예요. 비웃을지 모르지만,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라는 이 말이 함의하고 있는 메시지는 현실에 당면한 극한적 상황을 두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상징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소설에서 ‘페스트’는 단지 전염병 자체라기보다는 ‘페스트’로 상징되는 악과 억압의 상징으로 볼 수 있지만 어쨌든 이를 통해 카뮈가 역설하고자 한 메시지는 이러한 위험과 극한의 공포에는 어느 특정인의 영웅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하나, 하나의 영웅이 되어 성실하게 집단적으로 반항해야만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궁극적으로 인류에게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메시지일 터이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에 맞서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제 임무를 다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가 하나하나의 영웅이다. 단지 나만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서로 살리기 위해서이다.

 앞으로 바이러스 문제는 또다시 발생하지 않는다는 법도 없다. 그럴진대 우리는 이번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던지는 사회적 의미는 무엇일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염병이 남기는 다양한 메시지들 가운데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공공의 선善’을 실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절실할 때이다. 너의 생명이 나의 생명으로 연결되고 너의 죽음이 나의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무엇이 중한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서정환<전북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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