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을 파헤쳐 소리의 이치와 원리를 깨치다…배일동 명창이 쓴 ‘득음’
훈민정음 해례본을 파헤쳐 소리의 이치와 원리를 깨치다…배일동 명창이 쓴 ‘득음’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2.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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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소리꾼이 평생 수련하면서 터득한 이치를 바탕으로 우리 소리 이론을 정립해 나간다.

 배일동 명창이 전작 ‘독공’에 이어 ‘득음(시대의창·3만원)’을 펴냈다.

 소리의 근원인 숨에서부터 소리를 이루는 장단과 소리를 완성하는 몸짓에 이르까지 과정과 원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 책은 한민족 소리의 개론서라고 할 수 있다.

 예술은 몸으로 알고 마음으로 느끼면 되지 굳이 이론까지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판소리를 익혀 대중화해야 하는 이들에게 정립된 이론이 없는 상황은 이정표가 하나도 없는 길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에 답답함을 느낀 저자는 미련스럽게 ‘독공’해냈다.

 우선, 소리는 숨에서 시작되는 것이므로 호흡과 소리의 관계를 알고자 한의학을 공부했고, 음의 구성과 장단의 짜임새를 이해하고자 동양 고전을 섭렵했다.

 또 소리의 발성과 발음을 터득하고자 ‘훈민정음 해례본’을 벽에 붙여놓고 보고 또 보았다. 노래란 본래 그 나라의 말법과 문화 관습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언어 구조와 원리를 반드시 알아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옛 명창들도 판소리 발성에 오행(五行)이 있다고 보았고, 이러한 발성 덕분에 판소리가 더욱 극적인 것이라고 판단했다.

 저자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공부하면서 발성과 장단 호흡의 원리를 깨쳤을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 문화의 정체성까지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면서 “공부하기 전에 그렇게 모호했던 경계가 확연하게 드러나면서 우리 문화의 이치와 원리가 환하게 비쳐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정리된 책의 본문은 총 4부 1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자칫 어렵게 여겨질 수 있는 과학적 원리를 설명할 때는 이해를 돕는 도표를 풍부하게 활용했다.

 1부 ‘소리의 이치’에서는 숨의 근원인 기, 소리의 근원인 숨(호흡), 소리를 구성하는 장단의 원리를 파헤친다.

 2부 ‘소리의 바탕’에서는 소리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발성법과 청, 그리고 통성, 성량, 섭생 등 소리에 기본이 되는 것을 다룬다.

 3부 ‘소리의 기술’에서는 소리를 완성하는 발림, 시김새, 조, 성음을 다루다.

 4부 ‘소리의 정신’에서는 소리꾼의 존재 의미를 되새겨본다. 소리광대의 역사와 역대 소리광대들이 지켜온 뜻, 그리고 판소리의 족보인 제, 동편제와 서편제의 특색, 동서를 넘나드는 중고제의 멋을 이야기한다.

 곳곳에 저자가 예시로 거론한 옛 명인들의 일화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판소리 역사상 최고의 통성을 구사했다고 전해지는 송만갑 명창(1865~1939)의 일화나, 저자가 닮고 싶어했던 이동백 명창(1867~1950)의 소리에 대한 서술도 거침없다.

 저자는 스물여섯의 늦깎이로 소리에 입문해 성우향, 강도근을 사사했다. 이후 7년간 지리산에서 판소리를 홀로 공부했고, 2000년대 초반에는 광주시립국극단 상임단원으로 일했다. 2015년에는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와 트럼펫 연주자 스콧 팅클러와 함께 프로젝트 그룹인 ‘CHIRI’를 결성해 판소리와 재즈를 접목한 공연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지금까지 미국, 독일, 터키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수십여회 공연과 강연을 펼쳤으며, 판소리에 서커스나 전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시켰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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