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산의 매력에 푹 빠져보는 ‘봄’
지우산의 매력에 푹 빠져보는 ‘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2.04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봄이 시작되는 입춘을 맞아 전주공예품전시관에서 특별한 기획전시가 진행된다.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선태)은 16일까지 전주공예품전시관에서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45호 우산장 윤규상 명인과 함께 ‘입춘 봄비 내리다’展을 개최한다.

 윤규상 명인은 과거 우산공장 견습공으로 입사해 진우봉, 엄주학 장인으로부터 종이우산 만드는 법을 배웠다. 당시 전주 장재마을에는 40~50여 가구에서 종이우산을 제작했는데, 여기에서 제작된 우산은 전국 방방곡곡으로 팔려나갈 만큼 인기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5세가 되던 해 스승에게서 독립해 지우산공장을 세워 호시절을 보냈다. 1950-60년대 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지우산의 사용비율이 무척 높았다. 그 당시 10여명의 기술자들을 데리고 공장을 운영할 수 있었다고 하니, 웬만한 월급쟁이보다는 나았던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값싼 비닐우산의 보급과 천우산, 중국 수입산이 들어오면서 사람들은 점점 지우산을 찾지 않았다. 결국 공장의 문을 닫고 안타까운 시절을 보냈다. 이후 2005년에 한지발 명인 유배근씨를 만나면서 윤 명인은 전통공예의 맥을 잇기로 결심을 한다. 서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긴 지우산을 역사 속으로 떠나 보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3년에 걸쳐 옛날 방식의 제작 도구들을 복원해 전주한지를 이용한 전통 지우산을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명인의 80여 차례의 손길을 통해 탄생한 지우산 10여 점을 선보인다.

 하나의 지우산이 완성되기까지의 제작공정은 까다롭기 그지없다. 윤 명인은 번거로운 작업도 마다하지 않고 질 좋은 대나무를 구입하는 일에서부터 마지막 마감까지 전 과정을 본인의 손으로 해낸다.

 지우산에 쓰인 한지의 다채롭고 은은한 색감은 빗소리가 들리는 전시공간과 제법 잘 어우러져 방문객들에게 마치 따뜻한 봄날 내리는 비를 맞으며 피어난 꽃들을 연상시킨다.

 여기에 대나무로 뼈대와 살대를 깎아 넣는 모습과 한지에 들기름을 먹이는 과정까지 명인이 지우산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도 함께 공개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기름을 먹인 한지는 일반 종이와 다르게 잘 찢어지지 않고, 오히려 가죽만큼 튼튼하고 견고하다.

 김선태 원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지우산을 작품으로 다시 볼 수 있도록 해주신 윤규상 명인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전통의 맥을 잇고자 하는 명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회를 놓치지 말고, 많은 시민들이 찾아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