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경계할 번아웃 증후군
보건당국이 경계할 번아웃 증후군
  • 김영호 기자
  • 승인 2020.02.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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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국내 첫 신종코로나 환자가 발생했다고 전국에 알렸다.

 얼마 뒤 전라북도에서는 전주의 한 20대 대학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의심증상을 보여 검사를 진행해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 대학생은 중국 우한을 방문한 뒤 귀국해서 기침, 가래, 인후통 증상이 나타나 전주보건소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전주보건소에 전화를 했던 학생이 직접 걸어서 보건소로 갔다는 말이 시중에 나돌아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 일이 있었다.

 상식적으로도 사실이 아닐 것이라 믿게 되는 근거 없는 낭설이었다.

 전주보건소는 대학생 환자를 직접 이송해 전북대병원에서 선별 진료와 격리 조치를 단행하고 역학조사를 마쳤다.

 다행히 음성판정이 나오면서 보건당국은 일련의 처리과정이 모범적인 사례였다고 자평했다.

 이런 보건당국의 자평이 자만이 됐을까.

 일주일이 흘러 지난 주말을 앞두고 전북에는 첫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취재 도중 의아했던 건 확진환자의 동선이다.

 확진환자가 대형마트나 대중목욕탕을 다닌 것도 충격인데 자가용으로 직접 의료기관을 방문했다는 점이 의아했다.

 지난번에 전주 의심환자와 관련해 보건당국이 모범적인 사례라고 밝힌 건 보건소가 직접 학생을 이송했다는 것인데 이번엔 어째서 환자가 아픈 몸을 이끌고 자가용으로 이동해야만 했던 것인가.

 황당한 대목이 아닐 수 없지만 더욱 당황했던 건 감염병 이송체계의 매뉴얼을 묻는 기자에게 감염병 관리 담당팀장과 어느 역학조사관이 의심증상을 호소한 이가 자가용으로 의료기관을 찾아가는 게 대수롭지 않다는 답변도 이해가 안됐지만 자가용으로 그렇게 이동할 수 있다는 담당자들의 태도 또한 당황스러웠다.

 보건당국은 날마다 상황점검에 민원응대까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래도 언론과의 대응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언론에 비춰지는 보건당국의 모습이 마치 번아웃 증후군처럼 무기력하게 보여지면 확진환자가 발생한 마당에 지역사회의 혼란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까.

 담당 보건의료과장은 메르스처럼 신종 코로나도 이송 매뉴얼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번 확진환자는 1차검사에 음성판정이 나와 구급차로 이송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1차검사에 음성판정이 나왔어도 다시 증상을 호소했다면 신종 코로나를 의심할 여지가 충분히 있지 않았을까.

 보건당국이 요즘 신종 코로나로 수없는 문의전화를 받고 한정된 인력과 복잡한 상황에 의심환자라고 무작정 구급차로 실어 나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확진환자가 의료기관을 가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을지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

 앞으로 언제 끝날지 모를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 이 싸움에서 보건당국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기민하고 영민한 대처가 필요해보인다.

 현재 전북도민은 불안에 떨고 기침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상황이다. 전북도민의 한사람으로 보건당국에 당부한다.

 지금 당장 별일 아닌 것 같지만 1339의 작은 호소 하나가 보건당국이 지금 당장 과잉대응에 나설 때라는 점을 분명히 알았으면 한다.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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