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생태환경
차, 생태환경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2.0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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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69>
황해도 강령의 차밭

 얼마 전 북한에서 생산된 녹차를 마실 기회가 있었다. 차를 한잔 마시니 차밭과 차를 만드는 과정이 머리를 스친다. 사실 오래전 북한에서 차나무가 재배된다는 소식은 들은 바 있다. 우리나라 강원도 고성군에서도 차나무가 재배되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역적으로 차나무가 생육하기 힘든 조건인데 어떻게 재배에 성공해서 제품으로 생산할 수 있었는지, 특히 차는 생필품이라기보다 기호 음료인 점 등 궁금한 점이 많았다.

 북한은 1980년부터 여러 차례 차나무 묘목을 심어 실험 재배했다. 처음에는 강원도 고성에 심었으나 실패하자 황해도 강령군에 옮겨 심어 계속 실험 재배를 했다고 한다. 겨울에 동사 방지를 위해 온실과 식재 방향 등 연구를 거듭한 끝에 20년이 지난 후 어렵게 성공하였다. 그 결과 지금은 차를 생산하여 한국에도 와 있으니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내가 접한 차는 ‘강령록차’인데 홍차도 있다하니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듯하다. 자료에 의하면 생산관리, 제다공정과 판매 소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전문화 되어있다고 한다. 북한의 녹차는 아직 유통이 불가능하며 통일부의 승인하에 헌다와 연구용으로 일부 소통될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 차 산지인 남부 지방의 250여 지역에는 차나무가 1000년 이상 자생하며 번식이 반복되고 있으며 그 지역의 기상 풍토에 잘 적응된 우량 개체가 산재해 있다. 적응력이 뛰어나 환경 스트레스에 강한 유전자원 집단이 존재한다고 한다. 차나무 종은 주로 중국계 소엽종으로 야생 차나무는 추위에도 잘 견디며 동사율이 낮다. 생장하여도 대체로 3~4m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새순이 자라는 시기가 일정하지 않아서 기계사용이 어렵고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적어 다수확이 어렵다. 야생 차나무가 분포되어있는 지역은 야산과 농경지 부근 및 사찰과 인가 주변이다. 야생 차나무는 해발 40~50m 지점, 경사도는 0°~5°로 경사진 곳, 남향에 주로 분포되어있다.

 차나무의 생육환경은 대부분 잡목림이나 대나무 숲 등 그늘이 형성된 곳에서 잘 자란다. 이러한 환경에서 생육하는 차나무 잎에는 차의 감칠맛 성분인 질소 및 데아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이 낮은 지역에서 생산된 찻잎에는 감칠맛이 좋다. 이러한 이유로 자연 차광도 좋지만 인위적인 차광재배(遮光栽培)를 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생산된 찻잎으로 만들어진 홍차는 수색, 맛과 향이 강하다. 기후가 서늘하며 주야간 온도차가 크고 강이나 호수 등 주변의 습도가 높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찻잎으로 만든 차는 품질이 좋다.

 우리나라 차나무 자생지는 서해안의 변산반도에서 동해안의 울산 이남 지역에 걸쳐 분포되어있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바람으로 겨울철에 심한 한해(寒害)를 받으면 동사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대륙성 기후로 지금은 좀 예외지만 혹한기가 있어 일교차가 심하여 차나무 생육의 북방한계는 북위 34°~36°, 동경 126°~129° 이내 지역에서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주요 차 산지는 해발 200~800m 위치에서 자라며 양질의 차가 생산된다.

 차의 품질은 토양에 따라 다르지만 물 빠짐이 좋은 풍화 토양에서 자란 차가 좋고, 화산재에서 자란 차는 쓴맛이 강하다. 차나무 생태환경에 대한 기록은 과학적으로 증명되기 이전부터 많은 고전에도 기록되어 있다. 초의(1786~1866)가 저술한 『동다송』(東茶頌)에서 “차나무는 토양이 난석(爛石, 썩은 돌 자갈밭)에서 자라는 것이 가장 좋고, 자갈과 흙이 섞인 곳이 다음이다. 즉 골짜기에서 자라는 것이 가장 좋다. 이러한 이유로 화개동의 차밭은 난석이 있으며 골짜기라서 차의 품질이 뛰어나다”는 기록이 있다. 명나라 때 허차서(1549~1604)는 『다소』(茶疏)에서 “차가 능히 더러운 것과 기름기를 삭히고 쌓인 체증을 물리친다고 해서 보배롭게 애용된다”고 하였다. “좋은 맛, 감미로운 차 향기는 폐를 맑게 하고 번뇌를 제거하니 선품(仙品)으로 족할 것이다”고까지 하였다. 건강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고서(古書)에 기록된 친환경음료나 전통 먹을거리는 하나의 문화적 코드가 되었다.

 

 / 글 = 이창숙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은 격주 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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