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2020 경자년 쥐띠 이야기
[신년] 2020 경자년 쥐띠 이야기
  • 천진기
  • 승인 2020.01.0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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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 연합뉴스 제공

 2020년 경자년 새해는 ‘하얀쥐띠해’라고 알려져있다. 육십갑자중 10개의 천간에서 경·신은 흰색, 12개의 지간에서 자는 쥐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지니는 쥐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달리, 흰 쥐는 민첩하고 영리하며, 다산의 상징으로 알려져있다. 본지는 국립전주박물관 천진기 관장을 모시고 우리 민족의 역사 속 다양한 ‘쥐 이야기’를 소개한다(편집자주)

 ▲2020년 새해는 경자(庚子)년 쥐띠해이다.

  ‘경자(庚子)’는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로 연도를 표기한 것이다. 경(庚)은 십간(十干)의 일곱 번째로 방위로 서쪽, 오방색으로 흰색에 해당된다. 자(子)는 십이지의 첫 자리로, 방위로 정북(正北)을, 달로 음력 11월을, 시간으로는 오후 11시부터 오전 1시까지를 말한다. ‘띠’는 사람이 태어난 해를 십이지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쥐띠는 갑자(甲子, 靑), 병자(丙子, 赤), 무자(戊子, 黃), 경자(庚子, 白), 임자(壬子, 黑)의 순으로 60갑자를 순행한다. 요즘 같이 굳이 색깔로 이야기한다면 경(庚)이 오방색으로 흰색에 해당되니, 경자년는 ‘흰 쥐띠’해이다.

 ▲쥐는 미래를 예언한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권제9 혜공왕 5년조에 보면, ‘치악현에서 8천여 마리나 됨직한 쥐 떼가 이동하는 이변이 있고 그해 눈이 내리지 않는다’라는 글이 있다. 쥐는 자연의 이변이나 닥쳐올 위험을 예감하는 능격이 뛰어나고 알려져 있다. ‘쥐가 배에서 내리면 폭중우가 온다’는 속담이나 ‘쥐가 없는 배는 타지 않는다’는 속담에서도 쥐의 이런 신통한 능력을 얘기하고 있다.

 ▲쥐는 다산왕

 점쟁이가 쥐의 수를 맞히는 시험은 고구려 추남과 홍계관과 아차산 전설에 나온다. 고구려에 추남이라는 용한 점쟁이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왕비가 음양의 도를 거슬러 그 징후가 나타날 거라는 점괘를 냈다. 왕과 왕비가 크게 노했고, 상자 속에 들어 있는 쥐의 수를 정확히 맞히면 살 것이나 그렇지 못하면 죽음을 면치 못할 거라고 했다. 추남은 여덟 마리가 들어 있다고 답했지만 상자 속에는 한 마리만 있었다. 추남을 죽인 후 왕은 기이한 생각이 들어 쥐의 배를 갈라보게 했는데, 배 속에는 일곱 마리의 새끼가 있었다.

 명종대왕이 홍계관이란 점쟁이에게 바구니에 쥐 두 마리를 넣고, 몇 마리냐고 물어 봤다. 이때 홍계관이 세 마리라고 하여 죽임을 당하나, 암컷의 배를 갈라보니 새끼 한 마리가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홍계관이 죽은 뒤였다.

 이런 이야기 가능한 것은 왕성한 쥐의 번식력 때문이다. 쥐는 생태적으로 언제나 임신이 가능해 새끼를 배고 있다. 즉, 언제나 임신할 수 있어 실제 수를 맞히기가 어렵고, 그것은 결국 다산의 상징으로 통했다.

 ▲쥐를 화폭에 담다.

 조선시대에 그림 중에 취의 생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에 제법 있다. 쥐그림은 들에서 수박이나 홍당무를 갉아먹고 있는 모습 등 재미있는 주제의 포착과 서정 넘치는 표현, 아름다움 색채감각이 돋보이도록 그렸다. 신사임당, 겸재, 심사정, 최북 등이 쥐그림을 잘 그렸다. 사임당의 ‘수박과 쥐’ 그림에서 쥐 두 마리가 수박의 빨간 속살과 그 앞에서 씨앗을 먹고 있는 쥐 한 쌍, 나비 등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수박은 씨가 많다. 씨가 많다는 것은 다산과 풍요를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다산 왕인 한 쌍의 쥐는 부부 사랑과 다산, 풍요이다. 무와 당근은 시경(詩經) 제1편 ‘국풍 곡풍(國風 谷風)’에 보면 부부의 백년해로를 상징한다. 무는 아래 위를 다 먹을 수 있다. 무는 뿌리 만을 보고 잎새까지 맛이 없다고 내버리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쥐가 수박과 무가 함께 그려진 그림은 부부애와 다산의 상징으로 읽어야 한다.

 ▲모르는 것 다 물어봐! 나는 세상의 정보통

 쥐는 정보화(IT)시대의 안성맞춤의 캘릭터이다. 함경도 지방의 창세가에 보면 불과 물의 근원을 알려준 생쥐 이야기가 나온다. 아주 옛날 세상이 만들어질 때 미륵이 태어나 해와 달을 이용해 별을 만들고 자신의 옷을 만들었다, 대단한 능력을 가졌지만 물과 불의 근원을 알지 못해 날곡식을 먹어야 했던 미륵은 생쥐의 도움으로 해결했다. 그 근원을 알려주는 대가로 세상의 모든 뒤주는 쥐가 차지하게 되었다.

 옛이야기 속에서 쥐는 남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는 존재로 나온다. 그건 집안의 곳곳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집안 사정이나 집안의 보물이 어디 있는지를 완전히 꿰뚫어 알고 있을 거라는 사람들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몸집은 작지만 어느 곳이나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조그만 정보체로 여겼던 조상들의 쥐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둔갑술의 천재

 한국 설화에서 변신과 둔갑을 자유자재로 하는 쥐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처녀 때 손톱과 발톱을 함부로 버려서 쥐가 그것을 먹고 결혼 후에 가짜 신랑으로 변신해 진짜 신랑을 쫓아냈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느 선비가 손톱, 발톱을 깎아서 버린 것을 쥐가 먹고 그 선비로 변해 한바탕 소통이 나는 이야기도 있다.

 쥐의 변신 이야기는 대체로 비슷하다. 주인공 또는 며느리가 바짝 마른 쥐나 새끼 쥐를 도와주면서 문제가 생긴다. 도움을 받은 쥐가 은공을 잊고 가짜 주신으로 변신하여 진짜를 ㅤㅉㅗㅈ아내고, 진짜 주인은 갖은 고생 후 스님이나 고양이, 삽살개 등의 도움으로 가짜를 몰아내는 대장의 줄거리다.

 ▲쥐 잡고 풍년 들었네

 쥐는 생태학적으로 번식력이 왕성하다. 12지의 자(子)는 동음인 자(玆, 滋)와 연결되어 ‘무성하다’에서 ‘싹이 트기 시작한다.’는 뜻으로 싹트려고 하는 ‘만물의 종자’라는 다산(多産)의 상징이 된다. 그리고 이 다산은 풍요기원으로 확장되었다. 농경 사회에서는 매해 풍년을 기원하는데, 쥐 관련 풍속을 통해 풍년을 기원하던 선조들의 마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다산의 상징으로서 쥐에게 빌었다기 보다는 쥐의 구제를 통해 풍년을 기원했다.

 ▲쥐는 풍요의 상징이지 미래를 예견하는 영물

 쥐는 문화적으로 재물(財物)․다산(多産)․풍요기원(豊饒祈願)의 상징이며, 미래의 일을 예시(豫示)하는 영물이다.

 사람에게 쥐는 결코 유익한 동물이 아니다. 생김새가 얄밉고, 성질이 급하고 행동이 경망한데다 좀스럽다. 진 데 마른 데 가리지 않고 나돌며 병을 옮기고, 집념이 박하고 참을성이 없고 시행착오가 많다. 더욱 혐오스러운 것은 양식을 약탈하고 물건을 쏠아 재산을 축낸다. 백해무익(百害無益)한 동물이다. 한 가지 쓸모가 있다면 의약(醫藥)의 실험동물로서의 공헌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람의 입장에서 본 것일 뿐, 자연계의 일원으로서의 쥐는 나름대로 그 존재 의의가 자못 크다.

 

 천진기(국립전주박물관/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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