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장려하는 문화 만들기
실패를 장려하는 문화 만들기
  • 김동근
  • 승인 2019.12.19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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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매 학기마다 필자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평가하면서도 성적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의심한 적이 있다. 현재 우리의 교육현장을 보면 초・중・고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학에서도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들 위주로 상장과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취업은 자신의 전공과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도전하였지만 실패하였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또 다시 도전하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격려나 상장도 없다. 오직 실패한 사람이라는 낙인만 찍혀진다. 필자의 경험으로 성적은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성실도를 측정하는데는 유용하지만,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기성세대는 경제규모나 인구 등이 늘어나는 확장지향적인 시대에 살아왔기 때문에 커다란 사회적, 경제적 변화에도 잘 적응해 살아왔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인구가 줄어들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직업이 줄어드는 축소지향적인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게다가 수명은 늘어나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간에 일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수 밖에 없다. 좋은 대학과 경제력 있는 부모가 더 이상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는 불확실하고 경쟁이 치열한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젊은 세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똑같은 환경과 똑같은 스펙을 가졌어도 어떤 사람은 성공을 하고, 어떤 사람은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간다. 열악한 환경과 특별한 재능이 없음에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뛰어난 성취를 이룬 사람들도 많다. 어떤 영역에서든지 실패와 역경을 이겨내고 뛰어난 성취나 성공을 거둔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재능이나 성적이 아니었다. 그것 보다는 열정적 끈기를 의미하는 ‘그릿(GRIT)’이었다.

 “GRIT”의 저자 앤젤라 더크워스는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정진할 수 있는 능력인 ‘그릿’이 성공의 결정적 요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릿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힘이며 역경과 실패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끈질기게 견딜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 그녀는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끈기를 가지고 노력해야만 위대한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릿은 타고나거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습을 통해 기를 수 있다고 한다. 첫째는 ‘관심’이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관심사를 분명히 하여야 한다. 둘째는 ‘연습’이다. 관심사를 남다른 성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질적으로 다른 ‘의식적인 연습’을 하는 것이다. 어제보다 더 잘하려고 매일 단련하는 끈기를 말한다. 셋째는 목적이다. 더 높은 목표의식을 가지는 것으로, 그것은 ‘이기심이 아니라 이타심’에서 비롯되는 지속적인 동기부여가 있어야 한다. 넷째는 ‘희망’이다.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 즉 ‘희망’을 품는 것이다.

 고객 소유 모든 물건의 재판매 가치를 알려주는 기업인 트레이시(Tradesy) 설립자 겸 CEO인 트레이시 디준지오는 “최소 열 번 이상 실패하라”고 말하면서 “불평 다이어트에 성공하라”고 조언한다. “내가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회사를 만든 비결은 열 번의 실패다. 처음에는 대부분 실패하기 마련이다. 나도 정말 오랫동안 실패를 거듭했다. 최소한 열 번 이상 실패한 다음 링에 올라라. 열 번 실패하면 투자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러면서 “불평을 늘어놓는 건 모든 사람의 권리이다. 하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만약 10년의 시간을 들여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다면 바로 불평 다이어트를 시작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성공하려면 실패를 거듭하라고 하지만 우리 사회는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가 아니다. 한번 실패하면 우선 주위 눈초리에 주눅이 들고 설령 재기를 하고 싶어도 재기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잘 갖추어져 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누구 하나 모험적으로 일을 추진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해 주어야 할 것은 실패를 장려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직업이 아니라 가장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이야기 해 주어야 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매일 스스로 도전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집념이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초・중・고와 대학에서도 학생들을 평가할 때 성적보다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무엇인가를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집념 있게 도전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김동근 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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