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을 빛나는 편린으로 빚어낸 김현조 시인의 시집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을 빛나는 편린으로 빚어낸 김현조 시인의 시집
  • 이휘빈 기자
  • 승인 2019.11.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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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조 시인이 낸 시집 ‘당나귀를 만난 목화밭(천년의 시작·1만원)’은 초원과 바람의 냄새가 실려 있다. 이 내음의 근원은 중앙아시아의 한인들의 형형한 눈빛에서 시작한다. 시인의 시는 중앙아시아의 이주민들과 고려인들의 삶에 대해 깊은 성찰로 마주한다. 산문형태의 시들은 치열하게 그 성찰에 대해 한순간에 잡았다.

 5부로 구성된 시집은 단지 중앙아시아에 거친 것이 아니다. 일상의 삶에서도 화자들은 상실감으로 오래 앓는다. 김 시인은 흩어져가는 삶에 대해 문학적 연구로 접근하지 않고,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의 경계에서 오랫동안 순간을 잡는다. 하여 시집은 떠도는 이들에 대한 나련한 찬가로 읽힌다.

 김 시인은 “적막함을 살아가는 자지러지는 아이들 웃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당나귀 귀가 되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오랜 생활은 지나온 중앙아시아 편린에 불과하겠지만 그게 무엇이든 귀한 족적을 다듬어 본다”고 서문에 밝혔다.

 시인들이 편린으로 밝힌 시들에 대해 차성환 시인은 해설을 통해 “낯선 타국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이주 한인들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뿌리 뽑힌 채 정신적인 방황을 하는 현대인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며 “‘고려인’의 땅에서 보내온 이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손’은 한층 더 따뜻해진다”고 밝혔다.

 시인이자 문화사학자인 신정일 ㈔우리땅 걷기 이사장은 “새벽에 일어나 김현조 시인의 시 몇 편을 읽는다. ‘새로운 노래를 부르는 일, 마지막이듯 사랑하는 일(비둘기의 봄)’을 읽으며, ‘좋다, 참으로 좋다’라고 혼잣말을 하고서 또다시 시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간다”라며 “시인은 ‘허기진 봄날’에 배고픔을 통해 찬란한 아름다움을 보는 지혜를 터득한 것입니다”고 평을 전했다.

 김현조 시인은 정읍 출신으로 1991년 ‘문학세계’으로 등단했으며 저서로는 시집 ‘사막풀’, 편저 ‘고려인 이주사’, ‘고려인의 노래’, 번역서 ‘이슬람의 현자 나스레진’을 출간했다. 한국문인협회 국제교류위원이며 현재‘금요시담’ 동인회장을 맡고 있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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