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사무치는 이유는 그가 자신의 아픔에 골몰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내와 가족에 대한 속 깊은 애정과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감정에 대해 과장하지 않는다. 시골의 부모님과 조부의 추억과 이야기들, 아내와의 연애담, 회사 동료의 퇴사에서 돌아보는 자신의 회사생활 등은 그가 일상생활에서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임을 보여준다.
유병록 시인은 세상을 떠난 아들을 그리워하면서도 슬픔에 잠겨 있기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길을 택했다. 그의 아픔은 여전히 피냄새를 흘리지만 피는 굳어 있다. 시인은 ‘불행이 전염병이 아니다’라고 썼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으면 독자는 묵묵한 위로를 입에 고이게 한다.
유병록 시인은 후기를 통해 “높을 준(峻), 어질 현(賢), 이제 그 이름을 가졌던 아들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이름을 그대로 잊혀지도록 둘 수는 없겠습니다. 그 이름을 가만히 제 어깨 위에 올려놓기로 합니다”라고 밝혔다.
박대우 온다프레스 대표는 “이 책은 수많은 생면부지의 타인을 공감자로서 불러오른다. 유병록의 지난 세월은 고스란히 그의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록이다” 라며 “이 책은 그의 가지런한 슬픔의 종합이다”라고 전했다.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시집 ‘목숨이 두근거릴 때마다’를 펴냈다. 김준성 문학상, 내일의 한국작가상을 받았다.
이휘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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