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과의 전쟁
아프리카돼지열병과의 전쟁
  • 장선일
  • 승인 2019.10.29 1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돼지는 아주 오래전부터 가축으로 사육되면서 인체에 단백질을 공급하는 주요 식품 원료로 사용됐고 전 세계의 육류 시장의 비중이 매우 높다. 특별히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국어사전에 삼겹살이 등재되면서 가장 인기 있는 회식 및 가정식 메뉴로 자리 잡게 되었고 그 소비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러한 중요한 식품원료가 사라지게 된다면 육류 소비패턴의 변화를 불러오면서 축산 및 식품산업에 큰 위협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다.

 국내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African Swine Fever)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올 9월 17일 파주의 한 농가에서 처음으로 확진 발병된 이후 현재까지 경기도 14개 지역에서 확진되어 매몰 살처분으로 희생된 가축돼지만도 약 15만 마리에 이르고 있어 돼지농가는 물론 전국의 축산경제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지금까지 ASF으로 인해서 인체에 감염된 사례는 없어 무해하다고 알려졌지만, 돼지고기 소비는 40% 이상 가격이 폭락되어 양돈업계는 물론 외식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문제는 ASF 바이러스가 국내로 어떠한 경로로 어떻게 전파 감염되었는지 확실치 않은 가운데서 비무장지대 야생멧돼지 사체에서 발견되면서 확산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급기야 대대적으로 야생멧돼지 포획과 사살작전이 벌어지고 있어 자칫 세계적으로 가장 번성 서식하고 있는 자생지인 한반도에서 큰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에 이르고 있다. 좀 더 신중하고도 구체적으로 감염경로를 파악하고 감염방지와 개체 수 조절이라는 측면에서 재검토해야 할 당면과제도 안고 있다.

 ASF 바이러스가 돼지에게 감염되면 100% 치사율을 보이기 때문에 전국으로 확산할 경우 절멸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질병의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ASF 원인 바이러스 병원체는 상온의 돼지 배설물에서 10일, 냉장육에서 15주 그리고 고온에서도 안전성이 높아 근본적 퇴치 없이는 토착화된 풍토병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ASF의 원인 병원체는 소, 돼지, 양, 흑염소, 사슴 등의 우제류 동물에 감염될 수 있는 RNA성 구제역 바이러스와 달리 최소 150개 유전자를 포함한 선형 유전체가 있는 정이십면체의 거대 DNA성 바이러스로 200여개 이상의 복잡한 단백질을 소유하고 있고 돼지의 전 품종(swine)에 감염된다는 특징이 있다.

 원래 ASF는 케냐를 비롯한 아프리카지역의 야생 멧돼지에 먼저 감염되어 이와 접촉한 가축돼지에 국한되어 발병되는 풍토병이었으나, 감염된 돼지를 1957년 포르투갈 리스본 항구에 도입되어 가축사료로 사용되면서부터 약 3년 만에 서유럽에 확산하여 양돈업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사상 초유의 살처분으로 이어지면서 그 피해는 천문학적에 달하게 되었다.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 EU연합이 나서게 되어 발병이 이후 약 40년 만에 완전근절을 선포하였으나, 불과 12년 만에 동유럽으로 확산하였고 급기야 돼지고기 생산과 소비가 가장 많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대륙으로 확산하였다는 점에서 ASF의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 농무부 보고에 의하면 2018년 8월 중국 북부 선양시에서 처음 발병한 아프리카 돼지 열병은 단 4개월 만에 전국으로 확산하여 올해 중국이 사육중인 돼지 4억4,000만마리 중 약 1억마리가 살처분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베트남의 경우 올해 첫 발병 후 7개월 만에 전체 사육돼지의 18%인 5백만 마리가 매몰 살처분 되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ASF가 북한에서 올해 5월에 첫 감염된 이래 어느 지역에서는 절멸되었다는 소식도 전해지면서 우리에게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전쟁상태에 도립하게 된 것이다.

 얼마 전 국내 최대 양돈지역인 충남 홍성지역에서 다행히 ASF 바이러스 음성판정이 나와 다행이지만, 언제 어디서 ASF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워 총 역을 다해 방역해야 한다. 특히 전북은 2019년 6월 1일 기준으로 약 136만 마리 정도 사육되고 있어 충남, 경기 경북에 이어 전국에서 4번째로 전국 생산량의 12%를 차지하는 중요 양돈지역이다. 전북 ASF 전북방역본부는 전국의 ASF 발병지역의 특징과 야생멧돼지 포획 강화에 따른 사전준비 및 사후관리 철저, 사료공장·분뇨업체 등 축산시설 차량소독 철저 및 농장단위 방역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ASF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특징과 감염에 대한 전파경로 등 역학적 연구조사가 미흡하다는 데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ASF 관련 누적 논문 수는 전 세계 5304편으로 이 중 한국인 저자 포함 논문은 1.3%인 70건 그리고 정부가 주도하는 국내 연구개발 과제사업은 2019년 5월 기준 23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2012년 이후 진행된 23건 연구 가운데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를 이용한 착수된 백신개발 과제는 전무하다. 이러한 국내의 현실은 중국의 최근 ASF 바이러스 특징 규명과 함께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는 보고와는 대조적이어서 시급히 연구 및 백신 개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구제역 바이러스와 달리 ASF 바이러스는 항원적 특징이 복잡해 지금까지 완전한 백신 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적이 없지만, 하루빨리 이 분야의 전문가와 협조체계를 갖추어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연구로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 더불어 백신 개발에만 의존하지 말고 ASF의 감염 전파경로를 잘 숙지하고 지역이 아닌 전국 그리고 주변국가와 협조하여 체계적인 방역 본부를 설치하여 ASF 근절에 최선을 다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장선일<전주대학교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