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국가는 여성을 평등하게 포용하는가
포용국가는 여성을 평등하게 포용하는가
  • 이윤애
  • 승인 2019.10.1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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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말 전라북도가 주최하는 지역여성정책 관련 포럼이 열렸다. ‘포용국가와 지역여성정책’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는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장관의 기조강연 ‘포용국가와 성평등정책’에 이어서 ‘여성의 불안정노동’과 ‘돌봄노동’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정부의 성평등정책은 분명히 여러 영역에서 큰 진전을 이루었다.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이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임금근로자비율에서 크게 높아졌으며, 공무원이나 교원의 여성비율이 괄목할만하게 성장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상용직 여성고용률은 낮고 성별 임금격차는 크며 관리직이나 임원의 여성비율은 낮다. 또한 남성 육아휴직자수와 남성 가사노동참여시간은 낮아 돌봄과 가사노동은 여전히 여성의 영역으로 남겨진 상태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문제, 고용절벽, 4차 산업혁명으로의 변화 등 사회문제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서는 ‘성장·고용·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최우선으로 하는 성평등 정책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현 정부에서 추진되는 포용국가와 성평등정책의 근간이다. 실제 다양한 분야에서 성격차지수가 완화되어 성평등이 실현되면 저출산문제를 극복할 수 있고 경제성장률도 상승한다는 통계적 경험치들이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여성들에게 놓여진 여건은 녹록지 않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크게 높아진 것은 확실하지만 가부장성에 근거한 성별분업의 관념이 아직 유효하고 성차별적 관행은 고용과 임금의 두 축에서 여성을 불안정노동자로 전락시킨다. 이는 다시 성불평등구조를 강화시켜 재생산되고 있다. 불안정노동은 노동권 행사, 일자리의 질 등에서 열악하며 제도적 보호에서 배제되거나 취약하다. 여성의 불안정한 노동지위는 소득과도 연계되어 여성빈곤화로 이어진다. 불안정노동의 여성화 굴레이다.

 양육과 가사노동의 주된 책임을 떠맡는 여성은 경제의 주축이 되는 내부 노동시장에 진입이 어렵고 주변적인 특성을 갖는 외부 노동시장에 머물다가 경력단절의 위험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여성들의 임신, 출산, 양육이 경력단절의 이유라고 하지만 가부장성에 기초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인한 불안정한 노동지위가 더 큰 기제로 작동된다. 성별 불평등한 노동시장구조가 여성들에게 생애주기 지점 지점에서 선택지가 별로 없어 좌절하게 하거나 경력단절을 강요한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여성노동의 불안정성은 생애 첫 취업 때보다도 경력단절 이후 노동시장 재진입 과정에서 더욱 공고해진다. 출산이나 양육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면 ‘반찬값과 자녀학원비라도’ 부가적 가계소득을 위해 ‘엄마노동’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생계가 어려워지면 부가노동으로서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추가 진입한다고 본다. 40~60대 여성의 높은 취업률이 증명한다. 특히 돌봄과 관련된 사회서비스 부문이 제도적으로 확대되면서 경력단절 여성들의 노동시장 재진입이 용이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돌봄노동의 사회화가 사적영역에서 여성의 노동은 완화했지만 공적영역에서 여성노동으로 재편입되어 결국 엄마노동으로 채워진다는 것이다.

 부가노동으로서 노동시장 재진입이 여성노동의 불안정성을 더욱 공고히 한다고 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여성노동이 부가노동으로 정의되면서 차별적 노동환경이 유지되더라도 사용자는 당연하게 여기고 근로당사자들은 저항감 없이 수용하기 때문이다. 성별 불평등한 노동환경은 여성의 불안정노동을 더욱 심화시킨다.

 경력단절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책임자로서 늘 고민한다. 좋은 일자리환경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들을 불안정한 일자리에 알선하는 것과 그 자리에서라도 일하게 하는 것 사이의 어느 지점이다.

 이윤애<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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