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앞두고 열린 김병기 서예전과 마스터클래스는 한국인의 정신세계와 미학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시간으로 현지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7일 열린 서예전 개막식에는 이석배 주러시아 대사, 러시아 문화예술계, 언론계, 동포사회 인사 및 문화원 세종학당 재학생과 강사, 한국에 관심이 많은 러시아 젊은이 등 200여 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개막식에서는 김 교수의 즉석 서예퍼포먼스가 단연 화제가 됐다. 가로 1.8m, 세로 9m의 대형 한지에 한문 서예 ‘만세개태평(萬世開太平)’과 한글 서예 ‘영원한 평화와 번영’을 두 줄로 써서 평화와 번영을 갈구하는 남북한 8천만 동포의 의지를 러시아에 전달했다.
서예전에서는 ‘나 말고 누가 나를 괴롭히겠는가!’, ‘내 중심 잡고 살면 그게 종교다’, ‘이웃은 나의 복(福)밭’ 등 촌철살인의 자작어(自作語)를 쓴 30점의 한글서예 작품을 선보였다.
또 조선 말기의 유학자 간재 전우 선생이 스스로를 경계하기 위해 지은 시를 비롯해 임백호, 이광사 등 선현들이 남긴 시문을 쓴 한문서예 작품 10점도 걸었다.
개막식 후, 김 교수는 ‘한·중 서예의 차이점과 서예의 현대적 활용’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펼쳤다. 이어 8일에는 러시아 국립모스크바대학과 모스크바 세종학당(원광학교)에서 모스크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특강과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다.
김병기 교수는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국가기관인 문화원을 통해 한국서예를 세계에 알리는 전시와 특강을 하면서 그동안 루마니아, 헝가리, 스페인, 이탈리아, 카자흐스탄 등 각국의 학자와 예술가들과 많은 교류를 가졌다”면서 “그동안 쌓아온 네트워크를 통해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한국서예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