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놀아보자
미술관에서 놀아보자
  • 박인선
  • 승인 2019.10.13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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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선 作 Junk Art:말(폐자동차부품, 폐철, 2017~2018)

  아뿔싸, 전시회를 앞두고 몸에 이상이 생겼다. 다행히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긴급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병상에서 며칠을 꼼짝할 수 없으니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수술 전날 부랴부랴 작품들을 전시장으로 옮겨놓았다. 진통제로 통증을 참아냈다. 오프닝 없이 전시회는 시작되었다.

 고물상 옆자리를 빌려 작업을 하면서 4년의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덕진공원 연꽃이 몇 번을 피고 졌건만 시간의 흐름은 걷잡을 수가 없었다. 포로가 되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전시회 코앞에서 복병을 만났다. 세 번의 전시회를 거쳤다. 작업이 진행되면서 작가로서의 고단함도 체험할 수가 있었다. 이게 삶이냐면서 불퉁거려 보기도 해 보았다. 이 또한 삶에 자양분이 되었다.

 1년 전쯤에 계획된 초대전은 삼례문화예술촌 <모모 미술관>에서 10월 3일부터 3개월간 전시된다. 버려진 폐기물들을 이용한 정크아트 개인전은 이번이 네 번째이다. 폐생활용기와 폐자동차의 부품, 산업현장의 폐기물이 주재료이다. 익숙한 폐기물들을 작업의 소재로 사용하다 보니 관람자들의 눈에도 생소하지 않아서인지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쓸모를 다한 폐기물이 만들어낸 이야기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아이들의 눈에는 작품이 장난감처럼 보일 수 있다. 오토바이 모양의 작품을 타 보고 싶다는 표정이다. 쉽게 만지고 타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다음 전시회는 타보고 만질 수 있는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제공받았다. 미술은 어찌 보면 놀이이고 대화 상자 같다고나 할까. 작품은 소통의 대상이다.

 삼례문화예술촌의 모모 미술관은 연중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으로 전시회를 갖는다. 지역작가는 물론 세계적인 작가들의 기획전을 유치하여 고품질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마련해주었다. 100년이 넘은 일본 식민지 수탈의 역사적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공간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만남은 이색적이라 할 수가 있다. 전시회는 물론 상설공연장이 마련되어 있다. 국악, 무용, 클래식 공연 등 소소한 볼거리들이 가득하다.

 가족단위 관람객도 있고 학생들의 집단 관람도 많은 편이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학습활동을 나와서인지 무언가 종이에 쓰기도 하고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놀이터가 따로 없다. 미술관의 엄숙함은 옛말이다. 사진 촬영도 자유롭고 최소한의 기본예절만 갖추면 담소하고 활발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미술관의 모습도 많이 변하고 있다. 전시회가 공연장이 되기도 하고 음악과 무용과 접목하여 퓨전을 경험하기도 한다. 변화에 예술은 첨병이 된다. 정적인 미술에서 동적으로 미디어가 등장한다. 문화 환경이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스티브 잡스가 미술관을 즐겨 찾았듯이 즐기는 미술관은 아이들에게는 창의력의 뒷받침이 되기도 한다. 아직도 어린 날의 기억은 글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고 작품의 소재가 된다.

 문화의 다양성은 시대의 요청이다. 정크아트 전시회도 보기 드문 전시회다. 미술관들이 기획 한 전시회들이 가끔은 있지만 흔치 않은 초대전을 삼례문화예술촌이 기획한 것이다. 기획자의 참신함이 돋보이는 전시회라 하겠다. 가을 관람객들이 줄지어 모여드는 것을 보면서 모처럼의 나들이가 행복하다. 미술관으로 달려가 보자. 답답한 마음을 위로해 주는 그 무엇인가가 기다려 줄테니까.

  

 글 = 박인선(정크아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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