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왕인가?
손님은 왕인가?
  • 박종완
  • 승인 2019.10.10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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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이런저런 이유로 삼삼오오 모여 친목을 도모할 장소를 물색할 것이다. 식당이나 선술집, 커피숍, 빵집, 미용실, 호프집 등 저마다 취향에 맞는 가게를 찾아 끼니를 해결하거나 담소를 나누고 스트레스도 풀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 의견을 나누고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가 자칫 술이 과하다 보면 불미스런 일들이 생기기도 하고 급기야 공권력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조금만 양보하면 될 일인데도 순간을 참지 못해 행복하자고 모인 공간을 썰렁하게 만들고 본인 스스로도 후회하는 일들을 벌이곤 한다.

 일행은 물론 옆 테이블 손님들이나 종업원, 주인 등 각자의 입장과 관계 속에서 서로 역할에 충실하고자 노력하겠지만, 작은 의견차이 때문에 마찰이 빚어지거나, 혹은 “손님은 왕이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거친 행동이나 상스러운 말을 뱉게 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손님은 왕이다.”란 말을 처음 쓴 사람은 리츠칼튼호텔 창업자인 세자르 리츠(Cesar Ritz)로 알려졌는데 일부 사람들은 그 의미를 잘못 해석하거나 곡해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말은 손님을 왕처럼 모시며 봉사할 터이니 손님도 왕과 같은 품격과 언행으로 상대를 대하라는 뜻으로 해석되어야 하지만, 일부는 본인들의 품격과 언행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적 상대에게 왕처럼 대접받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필자도 막걸리를 좋아하는 편이어서 자주 가는 매운 닭발과 꼼 장어를 파는 단골집이 있는데,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한번 그 맛을 보여주면 꼭 다시 가자고 추천받는 그런 곳이다.

 주인 내외는 주방을 맡고 젊은 아들 부부는 홀에서 일하는데 물가는 비싸고 인건비도 오르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가족끼리 똘똘 뭉쳐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갈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주는 얼굴에 복이 있는 것 같아 참으로 보기가 좋다.

 주변 사람들과 모여 회포를 나누기도 하고 직장의 스트레스를 풀거나 이런저런 관계로 얽히고설킨 사람들과 좀 더 나은 관계를 위해 고민하는 대부분 사람들은 각자의 취향에 맞는 동네 식당이나 선술집 한두 곳 정도의 단골집은 누구나 가지고 있게 마련일 것이다.

 단골들은 반주인이나 마찬가지로 손님이 많을 때에는 이것저것 주문하지 못하고 스스로 해결하기도 하지만, 일부 손님들은 바쁜 걸 뻔히 알면서도 서비스가 엉망이라며 종업원을 닦달하기도 하고 사장 나오라고 고함을 치기도 한다.

 필자 역시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많은 장소에서 손님으로서 대접받기를 바랐을 텐데 품격 있는 언행과 종업원에 대한 예의를 갖추었는지 돌이켜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요즘은 깨어 있는 성숙한 고객이 훨씬 많아졌지만, 아직도 그렇지 못한 손님을 보게 된다.

 특히나 금요일 저녁 잘 나가는 동네 호프집 등에서 손님은 많고 일손은 부족한 시간에는 여기저기서 불러대는 ‘아줌마’란 호칭과 쉼 없이 울려대는 콜벨(Call bell) 소리가 난무하는 현장 역시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는 땀 흘러 일하는 소중한 직장일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종업원들이 ‘나도 귀한 집 자식입니다.’, ‘저는 당신의 이모가 아닙니다.’라는 재미있는 문구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나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다가도 얼마나 시달렸으면 저런 티셔츠를 입어야만 했을까 생각하니 이내 씁쓸해진다.

 간혹 미처 치우지 못한 자리에 앉아 기다리다 보면 손님들이 먹고 난 후 테이블 풍경은 흡사 전쟁을 치른 듯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음식을 먹고 난 후의 테이블 모습이 결국은 본인들의 뒷모습으로 비치지는 않을지 한번쯤 뒤돌아보고, 정성을 다해 음식을 내어주신 주인장과 성심껏 시중들어준 종업원들에게 고함지르기보다는 감사의 마음과 함께 차비라도 쥐여주는 성의를 표할 수는 없을까 희망해 본다.

 “곱고 바른말은 비단을 능가하고 거칠고 험한 말은 가시가 될 때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같은 공간에서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서로 대할 때 비로소 자신도 왕처럼 대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종완<계성 이지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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