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위주 장학숙 입사자 선발기준 논란
성적 위주 장학숙 입사자 선발기준 논란
  • 김혜지 기자
  • 승인 2019.10.0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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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장학숙
전북의 장학숙

전북 시·군에서 운영하는 일부 장학숙이 성적순으로 입사생을 제한하고 있어 불합리한 차별을 조장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저소득층,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에게 공평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성적 중심의 선발 조건을 폐지하고 입사 기준의 문턱을 낮추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이 조사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주요 장학숙의 2019 입사자 선발 기준’자료에 따르면 도내 지자체가 운영하는 대부분 장학숙은 입사자(신입생) 선발 요건에 성적, 자체시험 등을 우선 반영한다.

장학숙은 타지역 대학에 진학한 지역 학생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학업 여건을 조성해 주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해 운영하는 기숙시설이다.

도내 한 지자체가 운영하는 서울에 위치한 A장학숙의 경우 신입생 선발 시 성적 70%를 반영한다.

전주에 위치한 B장학숙은 전(前) 학년 성적이 전체 학년의 40/100 이내인 자로 입사생을 제한하고 있다.

고교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C장학숙의 경우 자체시험 3과목을 통해 성적순으로 입사생을 선발한다.

도내 한 장학숙 관계자는 “장학숙 입사 정원은 한정돼 있고, ‘우수 인재 양성’이라는 운영 취지에 부합하는 객관적 판단 기준이 성적이기 때문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 대학생을 지원하는 D장학숙의 경우 1억 원 이상 기부자-입사자 추천이라는 특례선발조항까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D장학숙 관계자는 “장학숙 건립 당시 운영규정을 만들 때 포함된 내용 같다”며 “그동안 고액 기부를 통해 입사한 학생이 없어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만큼 오는 11월에 열릴 이사회에 안건으로 올려 이 조항을 폐지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성적 위주, 고액 기부자 등 입사 조건으로 장학숙 입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높은 장벽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적성을 인정해주고 그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야말로 지자체의 실질적인 역할이라는 것이다.

실제 경기도, 전남·광주 등의 타 시도 장학숙의 경우 지난해부터 성적기준을 100% 없애거나 완화해 입사 대상조건을 개방했다.

인천시 강화장학관의 경우 본인 또는 학부모가 직접 공개추첨으로 입사생을 선발하고 있다.

전남 남도학숙은 생활 정도를 100% 반영하고 저소득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는 가산점을 준다.

그동안 성적 또는 명문대 학생 위주의 선발 조건에서 벗어나 소도시,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안정적인 학교 생활 지원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도내 한 교육관계자는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직업군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데 여전히 전북은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만 지원이 이뤄지는 구시대적 발상에 머물러 있다”며 “그동안 가장 공평하다고 여겨져 온 성적 중심 기준이 오히려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을 조장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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