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의 대입제도 개선 과정에서 정시 확대 주장이 제기되고, 자사고 지원자들의 일반고 중복 지원이 합법화되면서 정부의 교육 정책 방향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고교 서열화 폐지, 대입전형 단순화 등이 정부 공약으로 제시됐지만 별다른 진전 없이 제자리만 걷고 있는 모양새다.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자의 일반고 중복 지원이 가능하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4월 헌법재판소가 ‘자사고-일반고 중복 지원 금지’ 법령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결과다.
정부는 ‘자사고·일반고 동시 선발 및 이중지원 금지’를 통해 고교 서열화 문제를 해소하고 단계적 고교체제개편을 이행하려 했으나 결국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자사고 평가 또한 제자리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올해 자사고 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서울 지역 자사고 8곳과 경기 안산 동산고, 부산 해운대고 등 10개교에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결과 법원에서 이를 인용해 모두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최종 판결은 아니지만 사실상 시간이 지연되면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을 실현하는 데 한 발짝 멀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최근 대입제도 개선을 언급해 교육계는 혼란이 가중된 상황이다. 그동안 교육당국에서는 고교체제개편을 통한 점진적 대입제도 변화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판을 뒤흔드는 격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도내 한 고교 교장은 “최근 불거진 여러 상황을 보면 정부의 교육 정책이 일관성을 잃어버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교육은 수차례의 합의를 거쳐서 점차적으로 변화해 나가야 하는데 그러한 과정이 부족하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도내 교육계에서는 남은 과제인 고교학점제 안착과 그에 걸맞은 대입제도 개선을 제대로 실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주고 권혁선 교사는 “공정한 입시는 학생들 스스로 진로와 적성에 맞게 교육 과정을 선택하고, 그에 따른 학습 결과를 가지고 평가받는 것에서 시작된다”며 “학생부 종합전형은 교육과정에 기반해 평가 받도록 해야 하고, 학생부 교과나 정시를 강화할 경우 희망학과와 관련된 과목들에 대해 가중치를 반영하는 것이 진정한 평가가 될 것이다”고 조언했다.
도내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이라는 것은 쉽게 확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변화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그동안 곪아있던 교육 제도의 불평등 문제가 터진 이상 교육부 차원에서는 문제의 핵심인 대입제도의 공정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향으로 손을 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혜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