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없는 노동행정을 기대한다
시행착오 없는 노동행정을 기대한다
  • 윤진식
  • 승인 2019.09.10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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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느끼는 소회이지만 최근의 노동환경은 적응이 안 될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지켜보자면 뭔가 아쉬움의 여운이 남는다. 국민의 경제상황에 큰 변화와 영향을 줄 수 있는 법과 제도는 그 취지를 살리고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정착을 위하여 관계자 모두에게 그 법의 적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문제의 장단점을 살펴보는 진통의 시간이 필요한데도 그러한 과정이 생략되고 급속히 도입을 하다 보면 당초의 의도와 다르게 여러 문제가 계속 파생될 수밖에 없다.

 특히 노동법 개정은 더욱 그러하다. 과거를 돌이켜 살펴보면 통상임금 사태가 그렇고, 복수노조 도입시기와 관련하여서도 마찬가지다. 복수노조 관련법 조항이 고용노동부는 2010.1월부터 적용이 된다고 주장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였지만, 결국 그 적용시기는 2011.7월이라고 대법원에서 확정한 바 있다. 이런 결과로 인하여 불법이 아닌 행동들이 하루아침에 불법으로 바뀌게 되었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모두 고용노동부의 안내를 따른 노사관계자 모두에게 귀속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고,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통상임금 산입범위와 관련하여서도 그동안 꾸준히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산입이 된다는 하급심 판결이 넘쳐났지만, 고용노동부에서는 기존의 통상임금 산입지침을 고수하였다. 결국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대법원 판결이 통상임금 산입으로 판결이 났으며,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한 기업체들만 다시 피해를 보게 되었었다.

 이러한 일은 이후로도 계속된다. 즉 최저임금 파동이 그것이다. 당시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하였고, 이를 위하여 역대 최고치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기록했다. 당시 일자리 창출이 최대의 이슈로 자리한 상황이었기에 철저한 준비가 없이 인상된 최저임금 여파는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었다. 이와 관련하여 이후에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관련하여 복리후생성 수당, 월별로 지급되는 상여금 등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도록 조치하였지만 역시 그 혼란의 결과로 노사 불신만 가중된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에는 다시 연차수당과 주휴수당 문제로 다시 한 번 노사관계자를 열기의 복판으로 이끌게 하였다. 이 문제는 전문가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당초 근로기준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월차휴가와 연차휴가로 구분되어 있었지만, 주40시간 근로제가 도입되면서 근로기준법이 많은 부분이 개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월차휴가가 폐지되었고, 연차휴가부분을 보완하여 개정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자주 개정을 하다 보니 본말이 전도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되었다. 즉 근로자가 입사 후 최초 1년차 근무자가 1년을 근무하고 소정의 출근율을 맞추면 최대 총 26일의 연차휴가가 발생이 되게 된 것이다. 그런데 1년이 경과되어 2년을 근속하게 되면 연차휴가일수는 다시 15일로 환원이 되어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당초 연차휴가는 1년간 소정근로일수를 성실히 근무한 경우에 그 성실한 근로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진 휴가로서 의미를 가진 것이었다.

 그리고 주휴수당 문제도 심각하다. 일용직으로 주5-6일을 근무하고, 그만둔다면 주휴수당은 발생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1주에 2일만 근무하기로 약정을 하고 하루 8시간씩 근무를 하면 주휴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 이렇게 아이러니한 상황을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문제는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전문가들도 헷갈리는데 소상공인들이나 기업인들이 어떻게 납득할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아무리 살피고 이해를 한다 하여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님이 분명하다.

 노동법은 생활법률이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여야 하고, 또 형평성이나 논리적인 면에서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해당 규정들이 만들어진 당초의 기본취지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도 이해가 되지 않는 땜질식 법 개정을 하다 보면 당초의 취지와 무관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상한 형태의 그림이 나오게 된다. 납득할 수 있는 노동행정이 되어야 한다. 문제가 곪아서 터지기 전에 적극적인 보완 활동을 통하여 더 이상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을 곱씹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노동’은 정말 신중에 신중을 더하여 제대로 된 방향성을 가지고 다듬으며 나아가야 할 우리 삶의 기본 터전을 받쳐주기 때문이다. 긴 안목에서 더 이상의 시행착오가 없도록 함께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이제 ‘노동의 방향성’을 다시 정립해야 할 때다.

 윤진식<법학박사/신세계노무법인 대표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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