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상품과 문화기념품
문화상품과 문화기념품
  • 주송
  • 승인 2019.09.0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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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옥마을에 몇 채 안 되는 전주문화재단 소유의 전통한옥이 어느 날 관리인이 바뀌면서 한순간에 값싼 기념품으로 전락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전주시로부터 새로 관리를 위탁받은 관리인은 선임되자마자 모든 한지창문에 아크릴판을 덧대고 방안에 설치된 들기름 한지장판 위에는 비닐장판을 깔았고 기숙사를 연상케 하는 2층 침대를 들였다. 더욱이 아침 조식으로 제공되던 정갈한 조식은 인근 콩나물국밥집의 쿠폰으로 대체되었다. 더 이상 한지는 기능을 잃었고 방안 온돌의 기능도 사라졌고 한옥과 함께하는 감성도 사라지면서 더 이상 한옥의 기능을 잃고 말았다. 그동안 필자를 찾아온 여러 외지 손님들에게 추천하고 한옥을 자랑했었는데 더 이상 손님에게 추천할 수가 없었다. 형상만을 갖춘 한옥기념품으로 전락하면서 한옥의 불편함만을 체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전에는 다소 불편했음에도 드물게 체험하는 쾌적한 숙면을 통해 다시 찾고 싶은 문화상품으로서의 한옥이었으나 그 이후로는 그저 한번 방문 기념을 위한 문화기념품으로서의 한옥으로 다시 찾고 싶지 않은 불편한 숙소가 되고 말았다.

 문화기념품은 대부분 관광 온 손님들을 위해 기념을 목적으로 제작되고 있고 사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값싸게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다. 모름지기 한옥은 한옥을 구성하는 천연소재를 통해 방안의 공기를 쾌적게 하는 세계 최고의 문화상품이다. 그런 문화상품에서 좋은 기능은 다 배제되고 형상만을 유지하고 불편함만을 제공한다면 한옥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을 부정적으로 변하게 할 수 있어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를 현저하게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옥은 기념품으로 보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사용되는 문화상품으로 보다 신중하게 관리되어야 하고 보급되어야 한다.

 전통문화를 산업화하기 위해서는 문화상품이 가지고 있는 기능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지 형상적인 문화가 아닌 문화 속에 담긴 선조의 지혜와 그 기능을 선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필요하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전통문화를 펼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간간이 엉뚱한 방향으로 값싸게 문화를 이끌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문화는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주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전주를 중심으로 하는 전북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의 중심지역으로 문화를 산업기반으로 인정하고 집중적인 투자와 관리가 중요하다. 모든 산업자원이 그러하듯이 문화도 사용에 따라 소재가 고갈되거나 가치가 쇠퇴해 가는 상황을 맞게 된다. 따라서 문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연구를 통하여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칫 문화의 중요성을 잘못 인식하고 잘못된 방법으로 활용하게 되면 문화의 생명이 단축되고 심지어 가치가 절하되는 결과가 초래되기도 한다.

 문화상품과 문화기념품을 구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많이 접하고 실제로 문화상품으로 오해하고 있는 많은 상품들이 사실은 문화기념품으로 형상만을 따온 상품인 경우가 많다. 기능이 없이 형상만을 가진 문화기념품은 기능을 갖는 문화상품에 비해 값싸게 만들어지고 심지어는 한국보다는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제작한 값싼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진정한 의미의 문화상품은 전통문화 속에 담겨 있는 기능이 살아있는 상품일 때 문화상품으로서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

 주송<전주대학교 LINC+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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