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금고선정, 다윗과 골리앗 싸움의 시작
지자체 금고선정, 다윗과 골리앗 싸움의 시작
  • 김성철
  • 승인 2019.09.05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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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은행권에서는 지방자치단체 금고선정을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지자체 금고지정 제도는 지자체가 자금관리와 운용 등을 위해 계약형태로 금융기관을 지정하는 제도로 금고를 맡는 은행은 지자체 자금을 운용해 나오는 수익 일부를 협력 사업비로 출연한다. 그러나 자금력을 갖춘 시중은행들과 지방은행의 경쟁은 사실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이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이 협력 사업비로 총 680억 원을 지출했다고 한다. 이는 제주를 제외한 5개 지방은행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금고를 유지하는 지자체 수를 감안한다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중은행들이 과다한 출연금을 무기로 지방자치단체 금고까지 무리하게 공략, 유치에 나서면서 지역민 부담으로 조성된 지역 공공자금이 다시 역외로 유출된다면 지역경제는 더욱 위기에 몰릴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올 초 전북은행을 비롯한 6개 지방은행이 행정안전부 지자체 금고지정 기준 개선을 촉구하며 호소문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3월 관련 규정을 개정해 새로운 평가 기준을 마련했다.

 문제가 되었던 협력 사업비 배점을 4점에서 2점으로 낮추고 금리배점을 15점에서 18점으로 높였다. 그러나 이 또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다. 협력 사업비가 순이자 마진을 초과하거나 전년 대비 출연 규모가 20%이상 증액되면 보고를 하도록 장치를 마련했다지만 강제성이 없다. 또 금리경쟁이 이어지면 결국 자금력을 갖춘 시중은행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다.

 지방은행은 지역경제와 운명공동체적인 관계다. 지방은행 태생이 그렇다. 1960년대 지방경제 육성을 위해 1도1은행 정책이 추진되면서 총 10개의 은행이 세워졌고 외환위기를 겪으며 4개의 은행이 통폐합되면서 현재 전북은행을 비롯한 6개 지방은행이 있다. 이후 전북은행의 역사는 전라북도 경제의 흥망성쇠를 함께 해 온 동반자의 기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전북은행은 향토은행으로서 소임을 다하기 위해 지역의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지원과 지역인재 고용창출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이를 지역사회 경제성장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군산의 경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은 한국 GM군산 공장 폐쇄로 지난해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군산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북은행은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도내 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금융지원을 위해 전북신용보증재단에 지난해 10억 원에서 올해는 금액을 더 늘려 20억 원을 특별출연했다. 또 은행의 굵직한 행사들을 군산에서 개최함으로써 침체한 지역경제가 조금이나마 활성화되길 바라는 상생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사업들을 통한 나눔 및 적재적소에 필요한 지원 방안 등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은행이 지역에서 조성된 자금을 지역에 재투자하는 혈류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이 지역금고까지 장악할 경우 지방은행은 고사위기에 내몰리고 지방경제도 원활한 금융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그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자고로 지역의 금고라면 지역민 거래의 편의성은 물론, 지역경제 기여도 등 금융 본업에 대한 평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이는 지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도하고 지역으로의 환원사업을 통해 지역민의 복지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부터는 인구의 50% 이상이 수도권으로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방은 더욱 설자리를 잃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대형 시중은행이 지자체 금고까지 차지한다면 그나마 지역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던 지방 금융마저 수도권에 예속되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가뜩이나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정책과 경제력 집중으로 인해 지방의 상실감은 상당하다. 지역민들과 동고동락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지방은행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성철<전북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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