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라도 따져보고 시비(是非)를 가리자
이제부터라도 따져보고 시비(是非)를 가리자
  • 이승우
  • 승인 2019.09.04 2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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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지금 고희(古稀)를 앞두고 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봐도 못 본채, 모나지 않은 작은 조약돌처럼 알차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며칠 전인가 역시 미술인인 아들이 카톡을 보여주기에 읽고 또 읽으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다가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몇 자 올린다. 참 가관이다. 누가 누구를 비방하는 것인지 문맥도 유치하고 팩트도 없는 가짜 뉴스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조선조 말 노론들의 행태 즉 자신만의 영위를 위하여 대다수의 국민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그러면서도 걸핏하면 국민들이 이렇게 원한다는 생떼거리를 작금의 정치에서 보고 식상하고 있는데 자칭 예술인이라는 것들이 그걸 따라 하고 있다.

 ‘뜻있는 미술인?’, 도내 2,000여 명의 미술인 중에 고작 10명도 못 되는 그자들이 뜻있는 미술인? 오해하지 마라. 그들은 기왕의 기득권 세력일 뿐이다. 기득권을 잃을까 초조해하는 와중에 이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모르니까 신선할 수밖에 없는 김호석 씨가 십자가를 알아서 맨 것이다. 나는 옛날에 서울을 중앙이라 하고 전북을 지방이라고 부르는 기사에도 속상하여 각각 서울지역이라거나 전북지역으로 부르자고“미술세계”기자들의 말 버르장머리를 고쳐보려고 했던 경력이 있다. 이 말은 그 누구보다도 전북미술에 관심과 자존이 많은 사람임을 먼저 전제하고 한번 따져보자.

 첫째로 기획력을 말했다. 무슨 근거로 학예실의 기획력이 부족하단 말인가. 자신이 공부는 하지 않고 기획력 부재 운운하는 것은 슬프기만 하다. 김 씨는 도립미술관 전시에 몇 번이나 가봤는지 알 바 없으나, 나는 지난 수년간 나에게 「인문학과 현대미술」을 배우는 학생들과 함께 미술관의 전시가 바뀔 때마다 현장학습을 갔다.

 음식을 주제로 인간의 욕망과 시대정신을 응축한 <음식사냥>, 1980~2000년까지 전북미술의 현장을 관통해서 맥락화 한 <서는 땅, 피는 꽃>, 전라 천년을 맞아 전라 미술의 우수성과 저력을 선보인 <전라굴기>, 소장품으로 전라 미술의 품격을 담아낸 <바람이 깨운 풍경>, 일제 강점기 수탈의 상징인 군산을 역사적으로 접근해서 현대미술로 풀어낸 <바람 부는 날은 장미동에 간다>,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의 대표 작가들과 전북미술이 교류 연대한 <변방의 파토스>, <북경 발 전라특급>, <전북청년>, 창작 스튜디오를 운영해서 전북의 작가들을 해외로 내보내는 등. 시의적절한 주제와 튼실한 기획력이 돋보였다.

 둘째, 인사에 대한 관장의 불만을 대변하고, 학예사들을 비전공자로 매도했다. 공모를 통해 정당하게 선발된 미술학 전공자들이 비전공자라니.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과 인원으로 격무에 시달리는 학예사들에게 격려는 못 할망정 뒤편에 어른거리는 자들에게 멱살 잡혀 끌려다니는 꼴이 참 서글프기 짝이 없다. 전북도립미술관 관장이라는 사람들은 전북미술에 전혀 문외한이어서 자신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의 호불호에서 업무가 시작된다. 그런 형편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초대 관장부터 시끄러웠지만 지금의 김은영 관장은 더욱더 한심하다.

 그가 제시한 비전은 야외 정원의 리모델링과 아트 팹랩(ART FAB LAB)이다. 80억의 예산을 들여 미술관 앞 나무들을 베어내고, 잔디 깔고, 놀이터를 옮기겠다는 것이다. 아트 팹랩은 3D 프린터를 등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전시 행정이다. 전 직장에서 해보다가 실패한 사업이다. 목수가 망치만 갖게 되면 세상 모든 것을 못으로만 보는 법이다.

 비라도 많이 내리는 날이면 미술관 로비와 전시장 입구에는 플라스틱 통들이 즐비하다. 천장 방수부터 해라. 야외 공연장 주변에는 잔디보다 망초, 클로버 등의 잡초가 더 무성하다. 정리 좀 하고 살아라. 전시장을 지키는 분들은 거의 자원봉사다. 내가 미술관에 가면 제일 미안하게 생각하는 것이 그분들이다. 전시장을 지켜 본 사람들은 안다. 관객마저 없으면 얼마나 무료한지 금수저들은 모른다. 그렇게도 돈을 쓸 곳이 없는가? 관광학·박물관학을 전공한 관장에게 전북미술에 대한 전문성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다만 조그만 애정이라도 표시해주기 바란다.

 돌아보면 한 줌도 안 되는 인생 내 주위부터 살피자. 속담에 둥지를 떠나는 새도 자기들이 살았던 둥지를 깨끗이 치운단다. 하물며 인간이사….

 글 = 이승우 화가,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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