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가인, 참소리 신비로운 치유의 목소리
송가인, 참소리 신비로운 치유의 목소리
  • 정영신
  • 승인 2019.08.22 11:34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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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많은 대동강아/변함없이 잘 있느냐/모란봉아 을밀대야/네 모양이 그립구나/철조망이 가로막혀/다시 만날 그때까지/아 소식을 물어본다/한 많은 대동강아//대동강 부벽루야/뱃노래가 그립구나/귀에 익은 수심가를/다시 한 번 불러본다/편지 한 장 전할 길이/이다지도 없을소냐/

 아 썼다가 찢어버린/한 많은 대동강아

 1966년 지구레코드공사에서 발매한 ‘한 많은 대동강’의 가사이다. 야인초 작사, 한복남 작곡, 손인호가 노래했는데 그동안 이미자 등 수 많은 가수가 이 노래를 불러왔지만 단 한 번도 내 가슴 안까지 울려오지는 못했다. 직접 한국전쟁도 접하지 않은 세대이기 때문에 더욱더 낯설었다. 어쩌면 아직은 트롯 장르보다는 조금은 젊어 보이는 서정적인 발라드 음악을 선호하는 연령층에 나 자신을 묶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 ‘한 많은 대동강’은 남궁원, 최무룡, 김지미, 박노식 주연, 최인현 감독의 영화로도 개봉되어 남북분단의 아픔을 노래한 대표적인 곡으로 끊임없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50대 60대 세대들도 이 노래를 굳이 애창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축음기 너머로나 어렴풋이 들려오던 아주 멀고 어려운 정통 트롯 곡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우연히 모 방송국의 ‘내일은 미스 트롯’이라는 여성 트롯 가왕을 뽑는 경연 프로그램에서 대상인 진을 차지한 송가인의 목소리로 이 ‘한 많은 대동강’을 듣게 되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뭔가에 홀린 듯 내 영혼의 깊은 심연이 요동을 치며 흔들리더니, 내 마음 안의 더 깊은 곳으로 이 노래가 스며들어 온 종일 뇌리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그날 이후로 송가인의 목소리로 불리는 노래마다 그 리듬을 따라 허공을 나는 노랫말들이 한 소절도 빠짐없이 내 영혼의 가슴 속으로 젖어들어 왔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 트롯이라는 장르조차도 조금은 부정했던 나 자신이 하루 종일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송가인의 노래와 ‘뽕 따러 가세’, ‘아내의 맛’ 등 송가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영상이라면 무엇이든지 찾아보며 내 하루의 비타민 인양 무한한 송가인 사랑앓이를 하고 있었다.

 사람의 손가락에 지문이 있듯이 사람마다 그 목소리에도 성문(聲紋)이 있어서 관상처럼 그 사람의 생각과 말과 행위의 역사가 그 성문, 즉 목소리에 다 담겨서 상대에게 감동을 주거나 혐오로 다가온다고 했다. 미스 트롯 진 송가인 그녀의 목소리와 음색에도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치유의 묘약이 담겨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로 ‘한 많은 대동강’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그 한 많은 대동강이 몸을 일으켜 우리 곁에 다가와서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진심어린 마음에 눈 녹듯이 꽁꽁 언 서러움이 녹고, 분단으로 인한 한 맺힌 이산의 아픈 역사가 위로를 받아 금방이라도 대동강 그 큰 눈에서 뜨거운 감동의 눈물이 뚝 뚝 떨어지는 영화의 한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그 노래를 함께 듣고 있는 청중들은 그 노래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어 똑같이 눈물을 흘리면서 온몸과 마음이 정화되고 단단하게 응어리져 뭉쳐 있던 신경세포들이 유순해지고 부드러워지며 자신도 모르게 현대의학으로도 치유되기 힘든 온갖 마음의 병들이 치유되는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그녀의 고향은 진도군 지산면 소앵무리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죽은 자의 영혼을 어루만져서 좋은 곳으로 인도해주는 씻김굿 전수 조교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영혼을 달래 주는 어머니의 좋은 노래를 듣고 자랐으며, 그녀의 집 뒤의 산은 앵무새의 형상을 닮은 앵무산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목소리는 그 사람의 모든 역사가 담긴 영혼의 표현이다. 좋은 생각은 이처럼 남을 감동시키고 치유해주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형성되고 부정적인 생각은 남에게 해가 되는 소음으로 전해진다. 입추도 지나고 풀벌레소리가 더 다정한 가을 앞에선 오늘 좋은 생각으로 어제보다 더 아름다운 목소리로 가을 노래 한 곡 불러보자.

  정영신<전북소설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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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라 2019-08-23 10:22:07
과연 미스트롯 왕, 송가인은 대인 가수다.
수많은 호남인중에 중앙무대에서 처음부터 고향사투리와 호소력 있는 가창력으로 국민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지방무대도 많이 봤으면 한다. 송가인이어라....승승장구이어라...
이숙희 2019-08-23 07:12:47
장수군은. 억대돈으로 싸이 공연하지 말고
노인인구가 많고 중, 장년층이 많이 방문할수 있도록 트롯대세 송가인 출연시켜라
팬들도 많이찾아오면 지역경제도 도움이된다
이재현 2019-08-22 20:48:00
전라도는 싫지만 송가인의 목솔만 좋아한다
김채곤 2019-08-22 19:34:56
송가인님 정말 존경합니다ᆢ사랑합니다 ㆍ노래짱입니다ㆍ대단해요
윤호성 2019-08-22 16:41:42
적극 공감합니다
영혼을 깨우는 가슴에. 다가오는 그런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