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시대, 공직사회의 일과 가정의 양립
저출생시대, 공직사회의 일과 가정의 양립
  • 최빈식
  • 승인 2019.08.20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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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출생·사망 통계에 따른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2018년 합계출산율은 0.98명이다. 이런 추세라면 생산인구 감소, 소비 감소, 성장잠재력 약화 등으로 우리의 미래는 극히 암담해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존립도 위태롭다. 우리 도도 심각한 상황이다. 2018년 7월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지방소멸 보고서를 보면 전국 226개 시군구 증 39%인 89곳을 30년 뒤 사라질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했으며 우리 도 14개 시군 중 전주, 군산, 익산, 완주를 제외한 10개 시군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우리 도청 공무원도 저출생에 예외는 아니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공직이지만 출산만큼은 예외가 없다. 2018년 출산지원금 지원내역을 보면 2,075명 공직자의 출산 자녀가 35명이 되지 않는다. 지난 2월 경북 상주시 공무원들이 인구 10만명 붕괴를 자성하자는 의미에서 상복을 입고 출근해 화제가 되었다. 상주(上州)니까 상주(喪主)가 됐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왔다. 상주와 같은 처지의 지방도시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 같은 저출생 고령화 원인은 주로 경제적 측면이 지적된다. 최근 매일경제와 신한은행에서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저출생 원인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흥미롭다. 결혼 전과 후에 출산에 대한 생각은 다르다. 미혼일 때 막연하게 아이를 갖고 싶어 하다가도 막상 결혼해 아이가 현실이 되면 경제적 부담을 느껴 출산 의향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큰 저출생의 원인으로 꼽혔다. 대부분이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나 문화 차이가 아이를 낳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들의 분석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이유를 물었을 때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살고 싶어서`와 `경제적으로 부담돼서`란 응답이 남녀, 미혼·기혼, 소득 분위를 불문하고 높은 응답률이 나왔다. 정부의 저출생 대책이 `삶의 질 개선`으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좀 더 들여다보면 경제적인 양극화 문제의 심화가 저출생의 주요 원인임을 짐작할 수 있다. 90년대 이후 IMF 및 반복적인 경제위기는 중산층의 붕괴와 비정규직의 양산으로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켰다. 부유층으로의 부의 쏠림은 중산층의 붕괴를 낳았고 경제적 약자의 증가를 야기했다. 이는 ‘88만원 세대’ ‘삼포 세대’ ‘다포 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을 양산했다. 청년층은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하였고 이는 낮은 출산율과 직결되었다. 마냥 손을 놓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지방의 인구감소를 막는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모든 행정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공직사회에서 단기간 개선할 수 있는 삶의 질 개선으로 이른바‘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추구’에 노동조합이 노력하는 이유다. 새로운 가족 모델로 이야기되는 ‘이인생계부양-이인양육시대’에는 여성의 경제활동이 필수다. 과거 남성이 가정을 외면하고 자녀 양육에 시간 투입을 최소화하던 관행은 기존 가정의 지속에도 문제가 되지만 낮은 출산율의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남성 역시 일과 가정생활의 양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 도는 지난 2018월 11월6일에 지사를 비롯한 간부 공무원과 노조 대표 및 전 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일할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쉴 때 제대로 쉬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근무문화 정착’ 등을 위하여 ‘워라밸 실천서약식’을 개최하였다. 당시 서약에 간부공무원과 직원들이 실천할 사항을 각각 정했다. 간부공무원은 가족의 날 등 직원 정시퇴근 독려, 연가·유연근무제·육아 휴직 등 적극 장려, 회의와 보고의 간소화, 근무시간 이후 업무적인 연락 자제를, 직원은 불필요한 초과근무 금지, 업무시간 내 집중하고 효율적으로 일해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직장 분위기 조성 등을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도지사께서는 ”과거에는 새벽 별 보고 출근하고 야근하는 걸 미덕으로 여기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그렇게 일하면 무능하다며, 지금은 워라밸이 시대적 가치로 자리매김한 만큼 근무시간에 집중적으로 일하여 불필요한 야근을 없애고 연가를 적극 사용하는 등 생산적이고 가족 친화적인 직장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함께 노력해 주기를 당부하며, 앞으로 워라밸 시책을 더욱더 지원하고 개발해 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양극화 시대에 공무원은 그나마 좀 더 나은 워라밸을 추구할 수 있는 직업이다. 내가 먼저 행복해야 주위를 돌아볼 수 있다. 공무원의 삶의 질 개선으로 도민의 삶의 질 개선을 선도할 수 있다. 주어진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워라밸의 적극적인 추진과 저출생 극복에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최빈식<전북도 공무원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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