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반일·불매 OK, 내부 갈등은 NO
자발적 반일·불매 OK, 내부 갈등은 NO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9.08.06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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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전주시 전북도청 공연장 외벽에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단호하고 강경한 입장을 밝히는 대형 현수막을 게재하고 있다.   최광복 기자
6일 전주시 전북도청 공연장 외벽에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단호하고 강경한 입장을 밝히는 대형 현수막을 게재하고 있다. 최광복 기자

일본의 부당한 경제 보복으로 인한 반일 감정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말 못할 고민에 휩싸인 이들도 적지 않다.

오래전 일본 자동차를 구매했거나 일본식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들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반일 감정에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국민적인 반일 감정과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동참하지 않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반일 감정이 자칫 우리 사회 내부적인 갈등으로 왜곡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10년 전 부모님이 구입했던 일본산 자동차를 물려받아 타고 있는 박모(28)씨는 며칠 전 아찔한 경험을 했다.

박씨 자동차를 향해 성인 남성 5명이 “부셔버리고 싶다, 침 뱉고 싶네”라고 막말을 하는 바람에 박씨는 이들과 얼굴을 붉혀야 했다.

박씨는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오래전 구입한 일본 자동차 때문에 이런 피해가 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전주시내 웨딩거리에서 일본식 볶음밥 집을 운영하는 유모(27)씨도 최근 손님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식사를 하고 나서는 손님에게 한 중년의 행인이 ‘매국노’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유씨는 “일본 경제 보복이 있기 훨씬 전에 가게를 시작했고 모든 재료도 국내산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저 한숨만 나온다”며 “가뜩이나 최근 매출이 반토막 났는데 욕까지 들어야 하는 상황이 매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일본의 부당한 경제 보복 이후 반일 감정이 고조되면서 애꿎은 불똥이 우리 사회 내부 갈등을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일감정에 따른 자발적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지만 생계가 달려있는 우리 소상공인들에게까지 피해가 가서는 안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는 “일본 제품 불매는 아베 정권의 경제 보복을 철회하라는 입장이지 내국인이 운영하는 일본 음식점 등을 무조건 기피할 경우 자칫 아무 잘못 없는 우리 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거나 직장을 잃게 만드는 피해가 우려된다”며 “일본 자본이나 인력이 들어간 상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인다는 건 공감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극단적인 불매 운동으로 인한 부작용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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