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할 수는 있을지, 신고해도 익명성이 보장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16일부터 시행됐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직장 내에서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의 정도가 애매모호하고 실질적으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항도 없어 자칫 사문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노동조합법으로 처벌할 수 있었던 폭력이나 부당노동행위, 성희롱 등과 달리 피해자가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문제 삼기 어려웠던 직장 내 따돌림(왕따)·차별·강요, 상사의 갑질 등을 법적으로 제재하고자 마련됐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 또는 노동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이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려면 ▲직장 내에서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할 것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설 것 ▲그 행위가 노동자한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 등 3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문제는 법에 명시된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과 요건 등이 애매모호해 어떤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느냐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 직장 내 상사가 직원에게 반복적으로 성과를 점검하는 것을 괴롭힘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당사자 또는 제3자들 사이에서도 각각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법안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규정을 포함하지 않아 혼란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와 관련해 최초로 입법화되는 점 등을 고려해 처벌보다는 사업장 내의 자율적 시스템으로 정착시켜 나가도록 했다”고 처벌 규정이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법 개정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점도 문제지만 괴롭힘 신고와 조사, 신분상 처분까지 회사 자체에 맡기고 있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이 신고된다해도 축소되거나 아예 은폐될 수 있는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내 한 노동분야 전문가는 “이번 개정안 도입을 계기로 피해 사례를 수집할 수 있는 독립 신고기관이 직장 내 설치돼야 한다”면서 “자칫 직장 내에 발생하는 괴롭힙을 은폐할 수 있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현장의 목소리를 더해 추가적인 법 개정도 필요해 보인다고”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주장했음을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 처우를 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 하고 있다.
김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