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전북교육청에서 실시한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상산고가 탈락했다. 이를 두고 상산고 측은 교육청의 평가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교육청 측은 자사고를 특권 교육이라며 평가가 아닌 자사고 제도를 비판했다. 특히 교육감은 자사고가 당연히 일반고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고, 상산고 학생이 의대를 많이 갔으며, 대통령의 자사고 폐지 공약을 언급하며 상산고 재지정 탈락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교육감은 5년마다 ‘학교 운영 성과 등을 평가하여 지정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재지정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즉, 이 사건의 본질은 전북교육청의 상산고가 ‘지정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지에 있다.
먼저 자사고 지정 목적을 살펴보자. 1974년 고교 평준화가 시행됐다. 평준화로 인해 사립학교는 학생선발, 교육과정, 등록금 책정에 제약을 받는 대신, 결손금 전액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사학에 대한 국가의 운영비 지원은 평준화를 위한 국가 시책이었지만, 국가에서 운영비를 대주고 이사장이 소유권을 행사하는 ‘책임없는 권한’이라는 한국만의 독특한 사학 문화를 만들었다.
평준화 이후 사학 본연의 역할 회복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다. 사학이 재정적으로 자립한다면 그에 합당한 자율권을 부여해 교육의 획일성과 학교선택권 제한을 극복하기 위해 자립형 사립고가 도입됐다. 2000년대 초 전국에 6개의 자립형 사립고가 지정됐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자율형 사립고로 명칭을 변경하고, 지정 요건을 완화하여 그 수를 대폭 확대했다. 상산고와 같은 기존 자립형 사립고도 자율형 사립고의 규율 안에 들어갔지만, 학생 모집과 법인전입금의 차이를 두고 1기 자사고라는 독특한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자사고는 초중등교육법 제61조에 따라 학 및 교육과정 운영의 특례에 근거한다. 자사고 지정 요건으로 시행령은 국가 또는 지자체로부터 운영비를 지급받지 아니하고, 교육부령으로 정하는 법인전입금기준 등을 충족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회계 부정, 부정 학생선발, 교육과정 부당 운영의 경우 평가와 관련없이 언제든지 교육감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자사고 지정 목적은 “건학이념이 뚜렷한 사립고를 지정하여 교육과정 및 학사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즉 지정 목적이라 하는 것은 재정 자립(법인전입금)과 자율성이다. 단순히 기준 점수만 놓고 지정 목적 달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개별 내용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이다.
전북 교육청은 교육부 가이드라인과 달리 70점의 점수를 80점으로 상향하였다. 70점은 일반고도 넘을 수 있는 점수로 1기 자사고의 경우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80점은 넘어야 한다고 했다. 자사고가 일반고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기준은 어디에도 없었고, 자사고가 좋은 학교라는 편견은 교육청이 가지고 있었다.
다음으로 사회통합전형의 문제이다. 2011년 정부는 자사고에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20% 이상 선발을 의무화했지만, 1기 자사고는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이유로 의무 대상에서 제외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1기 자사고에 대해 10% 이상 선발을 권장하였을 뿐, 전북교육청의 입학전형 기본계획은 상산고의 ‘학교별로 결정한 일정 비율’ 선발을 승인했다.
사회통합전형 평가에 타지역의 1기 자사고의 경우 정량이 아닌 정성 평가를 했음에도 전북 교육청은 10% 만점으로 정량평가를 진행했다. 결국 상산고는 80점 기준점수에서 2.4점을 감점받아 0.39점 미달로 탈락했다.
상산고의 평가 탈락원인은 전북교육청만의 80점 기준점수와 사회통합전형 정량 평가이다. 전북교육청은 평가 이후 상산고가 왜 자사고 지정 목적이 달성 불가능했는지에 대한 설명없이 자사고가 나쁘다고만 하고 있다. 논란이 된 사이 평가 목적은 사라졌다.
교육청은 교육감의 재량을 얘기하지만, 재량권은 무한정 확대할 수 없다. 자사고 지정 취소의 동의권을 가진 정부와 취소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법원은 비례·평등의 원칙에 따라 상산고 재지정 평가를 판단할 것이다.
미안하지만, 필자는 자사고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대학 입시에 목매는 오래된 교육으로는 우리 사회에도 학생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교육청 측의 논리라면 평가가 아닌 시행령으로 자사고를 없애야 한다. 괜한 평가로 억울한 학교를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전북에 이분법 칼날이 휘몰아치고 있다. 세상을 옳고 그름이란 두 개의 틀로 재단하는 어리석음으로 권력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
최영호<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상산고에서 요구하는 모든 팩트는 이거 하나다. 공정한 평가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