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전 기준 그대로, 보행약자 배려 없는 뒤죽박죽 녹색신호시간
27년전 기준 그대로, 보행약자 배려 없는 뒤죽박죽 녹색신호시간
  • 김선찬 기자
  • 승인 2019.07.08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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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 앞 팔달로 짧은 녹색신호시간으로 안전에 노출된 교통약자 / 최광복 기자
한옥마을 앞 팔달로 짧은 녹색신호시간으로 안전에 노출된 교통약자 / 최광복 기자

노인과 어린이 등 보행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횡단보도 녹색 신호시간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과거에 비해 도로폭은 넓어졌고 노인 인구 등 보행 약자도 늘어나고 있지만 횡단보도 녹색 신호시간은 27년 전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 사고 위험성을 크게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서울아산병원 등이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보행 속도 실험에서 현재의 횡단보도 녹색신호시간 기준은 보행 약자들에게 자칫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게 나타난 점과 맥을 함께 하고 있다.

8일 도로교통공단 전북본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횡단보도 녹색신호시간은 일반인의 보행속도(1.2m/s)와 보행 약자(0.8-1.0m/s)의 보행속도를 고려해 설정되고 있다.

이같은 횡단보도 녹색신호시간 설정 기준은 27년 전에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현행 횡단보도 녹색신호시간 설정 기준은 노인 등 보행 약자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실제 지난해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와 카이스트 연구팀이 65세 이상 노인 1,348명을 대상으로 보행속도를 연구한 결과 남자 노인 하위 1/4의 보행속도는 0.663m/s에 그쳤고 여자 노인 하위 1/4은 0.545m/s로 더 느렸다.

이 실험 결과는 현재 횡단보도 녹색신호시간 기준이 되고 있는 보행약자의 보행속도(0.8m/s-1.0m/s)와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녀 노인 하위 1/4의 보행속도 평균치가 0.6m/s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20m 도로를 횡단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33초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현행 횡단보도 녹색신호시간 기준으로 보면 같은 도로를 건너는데 약 25초 안팎이 걸린다.

단순 계산이지만 무려 8초 가량의 시간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는 노인 등 보행약자들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노인 인구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전북지역의 실정을 감안하면 이같은 횡단보도 녹색신호시간 설정 기준은 현실에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북 지역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지난 2017년 35만1천282명에서 지난해 35만8천410명으로 늘었고 올 6월말 현재 36만4천144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횡단보도 녹색신호시간 기준도 문제지만 전주시내 일부 횡단보도에서는 도로 폭과 녹색신호시간이 반비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실제 전주 모래내 시장 인근 사거리 부근 교통량이 많은 왕복 3차선 도로에 설치된 횡단보도 녹색신호시간은 대략 25초 정도로 측정됐지만 같은 도로상의 100m 위쪽은 29초로 달랐다.

반면 상대적으로 차량 통행이 적은 인근 왕복 2차선 도로의 녹색신호시간은 43초나 됐다.

사고 위험이 높은 지역의 녹색신호시간이 더 짧게 설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도로지만 횡단보도 위치에 따라 녹색신호시간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시민 윤모(80)씨는 “아무리 짧은 횡단보도라도 사람들로 붐비면 통행이 늦어져 도착해보면 이미 신호는 빨간불로 변해 있는 경우가 많다” 면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생각해 녹색신호시간을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선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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