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조국의 품으로
그들을 조국의 품으로
  • 김석기
  • 승인 2019.06.2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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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순창 쌍치면 충혼탑 앞에서 열린 6.25전사자 유해발굴 개토식을 다녀왔다. 이번 발굴지역인 쌍치면 전암리 일대는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0월부터 1952년 3월까지 공비토벌작전과 남부군 토벌작전이 펼쳐진 곳이다. 개토식에 참석한 노병들의 상념에 잠긴 눈빛에서 간절함을 보았다. 발굴되지 못한 영령들의 유해를 하루속히 찾아서 마지막 한사람까지 국립묘지에 모셔야 한다는...

  6.25전쟁에 참전하여 전사한 국군장병은 약 16만 6천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중 2만 9천여명만 전장에서 수습되어 국립묘지에 안장되어 있다. 어림잡아도 약 13만여명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처 수습되지 못한 채 이름 모를 산하에 묻혀 있다. 2000년 6.25전쟁 50주년을 계기로 처음 시작한 국군 유해 발굴사업은 현재까지 1만 493위를 발굴하여 유전자 확인을 거쳐 132위를 유가족 품에 안겨드렸다. 뒤늦게라도 고인의 희생에 국가가 최소한의 예우로나마 보답하게 되어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부터 6.25전쟁, 베트남전쟁 그리고 이라크 전 할 것 없이 ‘단 한명의 미군도 적진에 남게 하지 마라’는 모토로 유해발굴 작업에 연 3천억원의 예산을 쓰면서 전 세계 미군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고 송환한다. 국가를위한 희생과 헌신에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애국의 가치’를 드높인다.

  2018년 국군의 날 70주년을 맞아 미국 하와이에 봉안돼 있던 6.25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 64구가 68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태극기로 감싼 상자에는 ‘호국용사’라고 적혀 있었다. 이들은 6.25전쟁 최대격전지인 장진호전투에서 미군 4,500여명과 함께 전사한 국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성남 서울공항에서 조국의 품으로 돌아온 유해를 향해 거수경례로 예를 표하고, 64구 국군전사자 유해에 일일이 6.25참전기장을 수여했다. 국가의 책무를 환기시킨 장면이었다.

  지난 현충일 추념식에서는 김차희 할머니(93세)의 편지글 ‘당신을 기다리며 보낸 세월’이 소개되어 많은 이들의 눈물을 적셨다. 편지의 주인공은 1950년 8월 10일 학도병으로 입대하여 그해 10월 13일 백천지구 전투 중 전사한 故성복환 일병이다. 故성복환 일병의 아내 김차희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아직까지 수습하지 못한 남편의 유해를 찾아 남편과 함께 국립묘지에 묻히는 것”이다.

  6.25전쟁이 발발한 지 69년의 세월이 흘렀다. 우리에게 전쟁과 분단은 뉴스 속에서만 접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용사들을 기리지 않는 국가는 없다. 그것은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사람에 대한 당연한 도리이기 때문이다. 전사불망 후사지사(前事不忘 後事之師)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과거 일을 잊지 말고 훗날에 교훈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잊는 순간, 역사의 시간은 또다시 과거를 가리킬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자신의 자리에서 조국수호의 소명을 위해 생명을 바친 이름 모를 용사들... 아직도 이 땅 어딘가에 외롭게 남겨져 있을 그들을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모시는 일은 국가의 책무이자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의무이다. 마지막 한사람의 전사자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그 날까지...

 김석기 전북동부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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