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
임신과 출산
  • 최정호
  • 승인 2019.06.1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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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보통 일정한 나이가 되면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기른다. 우리들의 삶에 대한 관념은 그것의 기원이 교육에 의한 것이든, 본능에 의한 것이든 자연스럽게 체화가 되는 경향 때문에 우리가 가지는 관념이나 개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가질 기회가 많지 않다. 말하자면 우리는 그리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고 <습관적>으로 살아간다. 언제부터 성교와 임신의 관계를 인간들이 눈치를 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인간 이외의 동식물중 성교나 수정이 자손의 생산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식>하는 종이 있다는 것은 알려지지 않았다. 시간을 인식의 내감의 형식으로 규정한 칸트의 방식대로 시간이라는 주관적 의식의 도구를 다른 동식물이 가지고 있다고 상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임신기간>이라는 시간의 형식과 <성교와 출산>라는 인과율로 판단하지 않는다면 개나 돼지 등이 혹은 뇌가 없는 식물들이 유성생식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시간과 공간을 인식의 형식으로 도구화한 인간은 인과율로 판단하는 사고의 습관을 가지게 되어 성적 접촉과 임신, 출산을 연관시켰을 것이다.

 새들은 새를 낳고, 돼지는 돼지를 낳으며, 장미꽃의 씨앗은 장미가 된다. 사람들이 새끼가 애미의 자궁에서 어떻게 변화하여 형체가 만들어질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전성설(前成說, preformation theory)은 피타고라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고대 그리스 학자들이 주장하기를 시작했다. 남존여비의 생활환경에서 고대의 어떤 문화권에서도 의례 주장되어온 가설이다. 즉 본질적인 특성은 남자에게서 유래하고 여자는 오직 자궁에서 키우는 역할만을 가정한 것인데, 17세기 레벤후크가 수십 종의 정자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뒤에도 <정자>안에 웅크리는 조그만 인간의 형태를 상상하며 전성설은 고집되었다. 데카르트와 갈릴레오, 뉴턴의 과학혁명기에도 변함없이 새로운 이론을 보태며 주장되었으며, 기회원인론을 주장한 말브랑슈는 이를 기독교 신앙과 과학이 융합된 것으로 파악하여, 러시아 인형같이 각 배아는 더 작은 배아를 무한히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후성설을 주장하는 자들에게 러시아 인형 패러독스로 반박되는데, 골똘히 생각해보면 만약 인간의 축소형이 정자 안에 있어야 한다면 그 축소형 안에 또 다른 축소형이 무한히 많이 들어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기 때문에 논리적 불가능을 만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자신의 신념을 스스로 포기하는 법이 드물어서 배아의 발생과정을 관찰하고, 세포를 관찰하여 인간의 축소형이 성장하는 것이 아니고 세포가 분열하여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간다는 후성설은 뚜렷한 증거가 나오기까지 인정받지 못했다.

 출산율 저하와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안팎의 소리가 높다. 출산율 저하가 생산력과 국력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치겠지만 나는 인위적인 노력이 별다른 성과를 내기도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오히려 아이를 가지지 않겠다는 많은 젊은이들의 어려운 처지에 공감한다. 13-4세기 흑사병으로 유럽의 인구가 반 가까이 줄어들자 살아남은 사람들의 인건비가 상승하고, 소득의 수준이 급상승하여 유럽 르네상스의 기초가 되었다는 어떤 역사가의 서술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불임이나 난임도 출산율 저하의 큰 원인이 될 것이다. 인간이 달나라에 갈 수 있고, 심장을 열어 수술하고, 고관절을 치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지만, 인류는 1970년대까지 불임이나 난임을 치료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1978년 최초의 시험관 아기 <루이스 조이 브라운>이 영국에서 출생했다. 시험관 아기는 IVF ( in vitro fertilization)라고 하는데 생체내 ( in vivo ) 수정과 구분하기 위한 용어이다. 인간의 월경과 수정, 자궁에의 착상 등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는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난포자극 호르몬, 황체 호르몬과 성숙한 난자에서 만들어지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 상호 작용이 밝혀짐으로써 서서히 가능해졌다. 대자인 병원의 난임 센터장 신용원 박사는 “ 현대인은 섹스에 흥미를 잃어가는 것 같아요. 또한, 결혼연령이 늦어지는 추세 때문에 고령 임신, 불임이나 난임 비율이 높아가고 있습니다.”고 한다.

 생명체는 살고자 먹는 것이 아니고 번식하고자 산다는 어떤 생물학자의 주장이 무색해지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분명히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정호<대자인병원 성형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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