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다리가 왜 네 다리인가?
내 다리가 왜 네 다리인가?
  • 서정환
  • 승인 2019.06.0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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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다리 이름 다퉈

 지난주 오목대를 만나러 갔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가 한옥마을 구경을 왔다는데 안 나갈 수 있겠는가. 한옥마을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오목대가 좋을 것 같아, “오목대로 올라가 기다리라”고 하고 오토바이를 몰았다. 오목대에서 한옥마을을 내려다보는 풍광은 전통문화의 압권이다. 오목조목, 오밀조밀 모여 있는 한옥은 정겹고 곡선이면서 질서정연함은 전주의 자존감을 한껏 높여준다.

 오목대는 잘 알다시피 고려 말엽 1380년 우왕 때 전라, 충청, 경상 3도 도순찰사였던 이성계 장군이 남원의 황산에서 왜구를 무찌르고 귀경하는 길에 전주 이씨 종친들을 불러놓고 승전 자축연을 벌였던 곳.

  친구와 이런저런 밀렸던 얘기에 열중하고 있는데 옆에서 카메라를 메고 서성이던 한 노인이“세상에 이런 기막힌 일을 아느냐?”고 묻는다.

 “아니, 무슨 일인데 호들갑이세요?” 하니, 사연은 이렇다.

 전주에 오목교가 두 개란다. 핸드폰을 열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과연 오목교가 두 곳에 있었다. 오목대와 이목대를 연결하는 오목교(梧木橋)가 1987년 12월 완공되어 지금까지 이용되고 있고, 2017년 9월 전주천 한벽당 아래 완판본문화관 앞에 또 하나의 오목교가 있다. 참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먼저 준공되어 이용하고 있는 ‘오목교’를 ‘오목육교’라고 고쳐놓고 새로 만든 다리를 ‘오목교’라 이름을 달아놓는 강심장. 역사가 무엇인지 몰랐다면 모르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거리가 멀지 않은 곳에 같은 이름의 다리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니 살짝 오목교에 육교를 덧붙인 것 아닌가. 남의 다리를 제 다리라고 우기면서 네 다리이름을 고치라고 억지를 쓰는 이 전주시 당국자. 잘못되었으면 곧바로 바로잡으면 될 일을 억지를 쓰고 있는 담당자를 고발하지 않을 수 없다. 노인은 우리 지역 국회의원에게도 이 문제를 고발했다고 한다. 보좌관에게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고?.

 억지를 쓰는 것은 무슨 타당한 이유가 있어서인가 알아보기 위해 노인과 함께 새 다리를 찾아갔다.

 “예로부터 물길 위에 다리를 놓는 일은 사는 동안 가장 큰 공덕을 쌓는 일로 칭송했다. 그만큼 길과 다리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와 소통의 중요성을 표현한 말일 것이다. 오목교는 차량 이동이 많은 오늘날, 오롯이 사람에게만 양보한 인도교로 세워졌다. 전주8경의 한벽청연(寒碧晴煙)의 풍광을 감상하며, 걸음걸음에 여유로운 생각과 감성으로 채워가길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목교가 건설되기 전 조심조심 건너던 징검다리의 추억을 떠올리며 천천히 걸어보길 권한다.

 서예가 백담 백종희의 한글 글씨 ‘오목교’와 조선왕조본향인 전주의 경사스러운 기운을 알리고자 태조어진 곤룡포에서 따온 용의 모습을 새겼다. 전주한옥마을과 국립무형유산원, 남고산성, 전주교육대학교, 서학동예술촌을 연결하는 관문인 만큼 전주 고유의 문화유산 탐방길이 될 것이다.”

 새로 다리를 놓는 변치고는 참 옹색하다. 남의 다리를 제 다리라고 우기는 일은 공덕 쌓는 일이 아니다. 역사를 훼손하는 일이다. 차량이 많은 오늘날 오롯이 사람에게만 양보한 인도교라고 인심을 썼는데 얼토당토 않는 억지다. 정취와 추억을 떠올리며 걷고 있던 징검다리를 없애버리고는 아무 말이나 갖다 붙이면 되는가 묻고 싶다.

 남의 다리를 제 다리라고 우기는 억지는 하루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더 하자. 한벽당 문제도 바로잡아야 한다. 보수공사를 하면서 문헌에 나와 있는 대로 공사를 하지 않고 공사하기가 어려워서인지 출입구를 반대방향으로 마무리하고 말았다. 누군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 모를 줄 알고 어물쩍 넘어가고 있는데 시민들은 알고 있다. 이래서야 전주의 역사가 훼손되고 있는데 전주 발전을 외칠 수 있겠는가.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설파한 단재 신채호 선생이 한 말이 문득 떠오른다. 천년고도 전주라고 자랑만 하면 무엇을 할 것인가. 전주시 당국자는 각성해야 한다.

 서정환<신아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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