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출신의 원로작가 태건석의 예술세계를 조명한 전시회가 열린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21일까지 전시장 1층에서 태건석 작가의 공간기획展을 열고 있다.
태 작가는 우리 삶 속에 내재되어 있는 잠재의식의 세계를 작품의 주제로 다룬다.
이번 전시에서 ‘잠재의식의 표상’이라는 타이틀로 총 11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작품의 양과 내용면에서 작가의 삶 전부를 다루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시간인 것이다.
태 작가가 살아왔던 과거, 현재, 미래가 담긴 삶과 내면세계, 작가의 정신이 시대별로 어떻게 구현됐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대학에서 사물을 시각적으로 재현해내는 것에 몰두했던 그는 이후, 대상의 재현이 아닌 무의식 속에서 자신의 내적 세계를 실체화하는 비구상에 천착하게 된다.
1960~1970년대 작업 초반에는 앵포르멜의 추상작품으로 회색, 푸른색이 주로 나타나는 작품과 평화로운 시기인 따뜻한 색을 그림에 사용했다.
1980년대에는 잠재의식의 세계를 표출하는 반복된 붓놀림이나 우연히 만들어지는 형상의 시각적 고요함을 담아낸다. 단색의 무채색으로 주제가 잘 드러나는 시기로 백색은 화선지를, 검정색은 먹을 연상시킨다.
1990년대에는 역동적이고 분방한 붓 터치를 살려 살아 움직이는 듯, 두터운 마띠에르가 느껴지는 추상화를 구축했고, 2000년대 후반에는 한국 전통의 미감을 작가만의 조형언어로 승화시켰다.
그는 그림에 있어 붓칠로 표현하는 통념을 깨고 한지를 비롯한 흙가루, 돌가루, 낙엽 등 자연적인 것을 응용하며 채색하기를 즐긴다.
특히 한국인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고유한 정서가 묻어 있는데, 나라를 잃었던 한의 정서와 수천년 동안 이 땅을 지키며 살아온 민족정신이 때론 은유로, 때론 옹골차게 작품에서 표현된다.
고보연 작가는 태건석의 예술세계에 대해 “유화는 서양화를 전공한 그에게는 자연스런 기본 매체였고, 한지는 그의 실험성과 전통적 감수성의 발로가 되는 매체였으며, 석분과 토분은 그의 부단한 정성과 노력의 산물로 작품 세계가 새롭게 탈바꿈되는 신 질료라 하겠다”면서 “잠재의식과 현재의식의 교차점에서 빚어지는 자연스런 현상을 중요시한 그에게 특히나 소중한 질료로 부각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태건석 작가는 서라벌예대에서 미술(서양화)을 전공했다. 1963년도 제1회 군산개항제 미전 개최를 시작으로 약 50여 년 동안 수십 회의 전시 참여와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상, 옥조근정훈장 및 대통령상 수상, 한국미협 군산지부장과 전북미술대전 추진위원을 역임했다.
김미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