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건 시인, 열번째 시집 ‘소리의 향기가 향기의 소리로’
최건 시인, 열번째 시집 ‘소리의 향기가 향기의 소리로’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3.2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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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은 소년이다. 밖으로 내 품지 못하는 어떤 울음을 삼키며 아직도 남 몰래 눈물을 흘리고, 시를 쓰고 있다. 누군가 왜 시를 쓰냐고 물어온다면, 시인은 속으로만 웃다 울고 말것이다. 그리고 묵묵히 펜을 손에 쥔다.

 최건 시인이 열번째 시집 ‘소리의 향기가 향기의 소리로(문경출판사·1만원)’을 펴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남 몰래 흘리는 눈물’로 스무 편이 넘는 연작시를 담아내고 있다.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의/ 그 까닭/ 알 수 있어/ 더욱 좋아요/ 어른들은.”

 연작시의 프롤로그, 그 마지막 연에 담아낸 시인의 이런 저런 감정들이 가슴의 문을 두드린다.

 시인은 ‘남 몰래 흘리는 눈물’에 대해서 “아, 보석 중의 보석인걸요”라고 노래하기도 하고, 여든의 노인이 흘린 눈물의 파편을 ‘눈물가루’라고 표현한다. 그 눈물은 때론 묘약이며, 더더욱 뜨겁다.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이란 “때로는 알고도 모를/ 수수께끼의”무엇이고, 진정한 나의 감정과 마주할 “나 혼자/ 눈물이니까요”라며 빙그레 미소 짓고 있는 시인의 모습이 페이지 너머에 있다.

꾹꾹 눌러 쓴 ‘빈 의자 하나’ 연작시에서도 삶의 여백이 느껴진다.

 “아무리 기다려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그 의자엔 “마주하곤 하던 그 사람/ 휑뎅그렁 온종일/ 비어 있어도,”그 의자엔 결핍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시인의 시선이 따스하다.

 어쩌면 그 마음을 채워줄 따뜻한 엄마의 품, 못 이룬 첫사랑의 기억, 오늘을 함께하는 누군가, 지금 이 순간 옆에 있는 사람, 노년을 의탁할 가족일 수 있다. 딱히 누구인지 모르지만, 빈 의자의 주인을 찾아 나선 소년 같은 시인의 모습을 통해 독자는 어느덧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된다.

 시인의 아내 조한금 수필가는 “그는 보이는 사물보다 보이지 않는 어떤 모습들을 늘 좇는다. 그의 정신세계에는 아직도 자라지 않은 소년으로 있어 그 소년의 언어와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곤 한다”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을 그가 경험할지 모르지만, 이제 마지막이라는 열 번째 시집을 끝으로 공중에 훨훨 너털웃음 날리는 노인으로 훌쩍 튀어 오르길 희망한다”고 한 마디 정(情)을 붙였다.

 시인은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전부터 아버지의 직장생활로 남해안, 서해안의 항구에서 항구로만 옮겨 가면서 인천에서 중고교와 고려대를 졸업했다. 동아일보 제2사회부 기자로 일선 취재현장을 누비다 정년퇴직했다. 1964년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가작으로 당선된 이후 오랜 동안 절필에 들어갔으나, 천주교 신자가 되면서 1978년 첫 시집 ‘풀잎에게’를 출간했다. 1983년 ‘시문학’지 천료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이번 시집을 포함해 10권과 산문집 ‘겨울 나무가 던지는 그림자’가 있다. 제9회 한성기문학상(2002년)을 수상했다. 현재 전북 장수로 귀촌한 지 열두 해에 접어들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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