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들에게 바란다
조합장들에게 바란다
  • 이흥래
  • 승인 2019.03.2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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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사람들의 감투 욕심이 참 유별나서일까. 선거가 많은 것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선거판만 벌어지면 사람들이 몰려들고, 이 사람 저 사람을 지지하는 편 가르기가 기승을 부린다. 과거에는 탕평책이나 정책적인 영향을 고려해 외지 출신이나 유명인사를 출신지역과는 상관없이 공천한 적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거의 철저하게 지역출신들끼리만 입후보 하다 보니 서로 모르는 처지도 아니지만, 흑색선전에 매표행위까지 너 죽고 나 살자는 처절한 싸움이 펼쳐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선거 많은 곳이 곧 망할 곳이라는 자조까지도 심심찮게 나돌곤 한다.

 얼마 전에 끝난 제2회 동시조합장 선거도 마찬가지였다. 예전에는 총대라고 불렸던 조합원 대표들이 조합장들을 뽑았던 조용한 선거였는데, 몇 년 전부터 전체 조합원 선거로 뽑게 되면서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업무까지 맡다 보니 이제는 총선이나 지방자치제 선거 못지않은 커다란 선거판이 돼버렸다. 특히 과거에는 조합마다 조합장 선거일이 달랐는데 전국의 조합장을 한 날, 동시에 뽑다 보니 농어촌 지역 곳곳에는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를 촉구하는 플래카드들이 내걸리고 언론의 관심까지 대거 증폭되면서 이제는 조합장들이 시장군수 못지않은 대단한 권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조합장에게는 상당한 연봉과 인사권이 주어지고 막대한 사업비를 활용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어지다 보니 어지간한 지방의회 의원들보다는 훨씬 실속있는 자리로 평가되면서 이제는 지방의원 거쳐서 조합장 그리고 단체장으로 가는 공식 같은 서열도 정해지는 모양이다.

 조합장들의 권한이나 실속이 이처럼 상당하지만, 조합장을 뽑는 조합원이 한정되다 보니 자연히 돈으로 표를 사들이려는 불법행위가 농촌지역을 다 버리고 있다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전라북도내에서도 이번에 19개 조합이 무투표로 조합장을 선출했지만 90개 조합은 치열한 선거전을 통해 새 조합장을 선출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18명의 당선자가 검경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놈의 선거가 얼마나 엉망이기에 당선자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니, 그것도 이러저러해서 드러난 것만 이런 정도이고 운 좋게 빠져나간 불법행위가 더 많았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런 선거를 계속해야 할 이유가 과연 있을까 싶다. 물론 많은 조합장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어느 지역이 조합장 잘 뽑아서 대단히 잘살게 됐다는 얘기는 그리 많이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누구누구가 조합장 하면서 이런저런 사업으로 조합을 거덜냈다는 등, 임기 내내 조합원들의 환심만 사다 말았다는 등의 별별 소문을 듣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럼에도, 국가가 이런 선거까지 챙겨서 치러 주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세간의 지적을 새로 당선된 조합장들은 참고하기 바란다.

 이흥래<前 전주M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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