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SKY 캐슬’ 욕망의 세습을 끊어라
드라마 ‘SKY 캐슬’ 욕망의 세습을 끊어라
  • 송일섭
  • 승인 2019.02.21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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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들로 사는 것은 지옥이었다.”

서울대 의대를 합격한 영재가 갑자기 자취를 감추면서 어머니에게 한 말이다. 대학에 합격시키기 위해서 동분서주했던 어머니로서는 얼마나 황당하고 괘씸했을까. 아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신안(新安)으로 달려갔다. 예상했던 대로 영재는 가을이와 함께 있으면서 어머니에게 대든다.

“더 이상 지옥에 살기 싫어요. 두 번 다시 나를 찾지 마세요. 이제부터는 내 인생을 살고 싶어요.”

그러면서 덧붙인다. 서울대 의대는 엄마 아빠가 원하는 것이었지만 자신이 원한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으니 앞으로 탄탄대로의 인생길이 열릴 것이라는 어머니의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입시 코디 김주영에게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오로지 아들의 합격만을 소망했던 어머니로서는 미칠 지경이다. 영재의 이런 태도에 절망한 어머니는 그만 자신의 목에 총을 들이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 이야기는 지난 2월 1일 종영한 jtbc의 인기 드라마 ‘SKY 캐슬’의 초반부에 나오는 이야기다. 대한민국 상위 0.1%가 살고 있는 SKY 캐슬에서는 아이들이 자신의 꿈이나 적성과 상관없이 부모의 의지와 기대대로 살아간다. 아이들은 부모의?욕망을 실현해주는 대리인에 불과했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 할 이야기가 이어진다. 로스쿨의 차 교수의 딸 세라는 부모의 과잉기대를 감당하지 못하자 거짓말을 한다. 가짜 하버드 대학생이 된 것이다. 세탁소 집 아들로 태어났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여 검사를 거쳐 로스쿨 교수가 된 차민혁은 기세가 등등하다. 아이들이 자신의 뒤를 이어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 안에 거대한 피라미드를 들여다 놓고 세뇌교육을 시킨다. 그런데 자신의 딸이 가짜 하버드 대학생이라고 하니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더 놀란 것은 부모의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어 거짓말을 했다는 딸 세라의 당당함이다.

황 교수의 아내 이수임은 영재 엄마의 자살은 SKY 캐슬 사람들의 그릇된 욕망이 빚어낸 것이라며 이를 소설로 쓰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SKY 캐슬 사람들은 그들의 위상과 체면에 먹칠하는 일이고, 집값 떨어지게 하는 일이라며 반발한다. 학력고사 수석에 이어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강준상 교수는 말끝마다? “부모의 성공은 자식이 잘되는 것”이라며 아이들과 아내를 닦달한다. 하나 같이 자신들의 성을 지키기 위해서 처절힌 몸부림을 한다. 예서 엄마 한서진은 그 정점에 있다.

가끔은 이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하지만, 남편 강준상과 시어미니의 ‘서울대 의대’ 노래에 번번이 꺾이고 만다. 입시 코디 김주영은 이런 부모의 어쩔 수 없는 심리를 잘 파고든다. 마침내는 한서진은 딸 예서의 서울대 의대 합격을 위해서는 영재 엄마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혜나의 추락사 이후 펼쳐지는 한서진의 실리적 갈등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필자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아무리 부모의 욕심이라고 하지만, 저렇게까지도 할 수 있겠다는 내 믿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노력하면서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자녀의 취미와 적성을 무시한 채 부모의 욕망을 세습하게 하여 소수의 특권층이 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뭐가 되느냐 보다는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하면 그들은 비아냥거릴지도 모른다.

왜 이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시청자들은 어쩌면 가슴 속에 내재된 자신들의 불편함을 대신 이야기했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상층부의 독선과 고집을 까발림으로써 그들의 불만을 대신했다고 할지도 모른다. 필자는 드라마 ‘SKY 캐슬’이 단지 대치동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 문제만을 조명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 자기들끼리 짜고 치면서 독점적 권한을 한 없이 펼치고 싶었던 욕망을 고발했다고 생각한다.

 

송일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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