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의 ‘녹동풍경’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의 ‘녹동풍경’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2.1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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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畵요일의 그림산책]<1>
나혜석 作 녹동풍경
나혜석 作 녹동풍경

 최근 미술계에서는 한국의 근대미술의 거장들을 발굴하고, 조명하는 전시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조선말부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민주항쟁까지 이어지는 혼돈의 시기 속에서 꽃 피운 예술의 아우라(aura)는 상당하다. 이에 본보는 매주 화요일, 지면을 통해 근현대 미술전람회를 보는 즐거움을 전하고자 한다. 모처럼 전북지역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4월 20일까지 정읍시립미술관에서 이어지는 ‘100년의 기다림-한국근현대명화’전에서 분명, 당신의 심장을 저격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편집자주>
 

 나혜석(1896~1948). 그 이름 뒤에 따르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화가라는 타이틀의 무게감은 그의 생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게 만든다.

 나혜석은 수원 출생으로 서울의 진명여자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1913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사립여자미술학교 서양학과에서 수학했다. 그는 1921년 조선 여성 최초로 유화 개인 전시회를 열었으며, 1922년부터 조선미술전람회 서양화부에 해마다 작품을 출품해 입상과 수상을 거듭했다.

 나혜석은 인물과 풍경을 사실적인 기법으로 표현했다. 그러던 중 남편을 따라 만주에서 5년간 생활하고, 세계여행을 하게 되면서 그의 미술 세계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특히 세계여행 중 파리에서 야수파 화가인 로제 비시에르(1888-1964)의 화실에서 그림을 공부한 것을 계기로 야수파와 표현파 등의 영향을 받은 작품을 선보였다. 당시 파리에서는 피카소, 마티스 마리 로랑생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고, 이 기간 동안 목도한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의 화풍을 그림에 담아냈다. 대표작으로 ‘무희’, ‘스페인해수욕장’, ‘나부’ 등이 있다.

 현재 정읍시립미술관에 전시 중인 ‘녹동풍경’은 나혜석이 남긴 몇 안 되는 작품들 중에서 하나다. 이번 전시작 중에서 작품의 제작 연대로는 가장 앞선 시기의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이 작품은 미국 여행을 마친 나혜석이 부산으로 돌아와 1929년경에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왼편에 그려진 나무와 중앙의 집, 원경에 그려진 산의 배치와 적색과 녹색의 대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거친 붓 터치와 두터운 마티에르가 그 특징으로, 이로부터 인상파 화풍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가부장적인 사회 제도에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던 나혜석. 시대를 앞선 사고방식을 지녔던 그의 일생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작품을 통해 ‘여성이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진지하게 던지고 있었던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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