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처럼 몰아치는 복수극…영화 '콜드 체이싱'
눈보라처럼 몰아치는 복수극…영화 '콜드 체이싱'
  • 연합뉴스
  • 승인 2019.02.1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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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암 니슨이 설원을 배경으로 한 '사이다' 복수극으로 돌아왔다. 그의 새 영화 '콜드 체이싱'에서는 차가운 복수가 눈보라처럼 휘몰아친다.

평범한 제설차 운전사로 올해의 모범시민으로 뽑힐 정도로 선량한 넬스 콕스맨(리암 니슨 분). 어느 날 죄 없는 그의 아들 카일(마이클 리처드슨)이 마약상 패거리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아들 죽음의 배후에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넬스는 패거리를 한명 한명씩 처단하며 이들의 보스 바이킹(톰 베이트먼)에 점점 가까워진다. 이 과정에서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 마약상들과 바이킹 패거리 간의 전쟁도 발발한다.

넬스 콕스맨이 모는 제설차는 사람 키보다 더 높이 쌓인 눈을 한순간에 밀어버리고 나아간다. 이는 넬스의 복수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복수를 결심하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했던 그는 바이킹의 조직원들을 한명씩 처단해가는 과정에서 주저함이나 망설임이 없다. 그렇다고 그가 살인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마치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무표정이다. 넬스에게는 복수심만이 있을 뿐이다. 영화의 제목인 '콜드 체이싱'(원제는 'Cold Pursuit')은 중의적인 의미로 읽힌다. 매서운 추위가 지배하는 설원에서의 추격인 동시에 복수 외에 다른 것이 들어올 수 없는 냉정한 추격이기도 하다. 미국 콜로라도주 키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설원의 풍경이 압도적이다.

중년의 아버지가 자녀의 복수에 나선다는 설정은 리암 니슨의 대표작인 '테이큰'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전직 CIA 요원이었던 '테이큰'의 브라이언과 달리 넬스 콕스맨은 손에 피 한번 묻혀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다. 추리 소설에서 본 방식으로 시체를 처리하는 그의 복수는 유쾌하게 그려진다. 사이코패스로 묘사된 악당 바이킹이 부하들의 실종 배후에 다른 조직이 있다고 (근거 없이) 믿으면서 죄 없는 희생자가 또 생기고 영화 속에 갑자기 서로 다른 두 개의 복수혈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런 요소들이 영화를 지배하는 블랙 코미디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영화는 풍자로 가득하다. 사람이 한 명씩 죽을 때마다 이를 기리기라도 하듯 검은 화면에 십자가와 이름이 뜬다. 처음에 카일이 죽을 때만 해도 엄숙한 분위기였던 이 자막이 반복될수록 코믹한 분위기로 변해간다. '스피도', '림보', '산타' 등 마약상들의 우스꽝스러운 별명도 이에 일조한다.

바이킹의 상대 조직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을 등장시키면서 미국 내 사회문제도 건드린다. 극 중에서 이들이 '예약'(reservation)을 '인디언 보호 구역'으로 오해하는 장면 등에는 영화를 통해 사회문제를 짚고 넘어가려는 감독의 의도가 깔린 듯하다.

노르웨이 출신 한드 페터 몰란트 감독이 연출했다. 동 감독의 2014년 '사라짐의 순서:지옥행 제설차'의 리메이크작이다.

리암 니슨은 이 영화 홍보 중 인종 차별 발언을 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수십 년 전 지인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으며 가해자가 흑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곤봉을 들고 며칠 동안 거리를 오가면서 '흑인'(black bastard)이 나에게 덤벼들기를 원했다. 그를 죽일 수 있도록 말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20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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