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욱 여행기 ‘앙코르와트에서 한 달 살기’
황병욱 여행기 ‘앙코르와트에서 한 달 살기’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1.30 18: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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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정 지역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는 ‘한 달 살기’트렌드가 인기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광고 카피들을 보면서, 직장에 눈치를 보고, 침만 흘리고만 있는 당신에게 불쏘시개가 될 스토리가 펼쳐진다.

 ‘2019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돼 이제 막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황병욱씨가 쓴 ‘앙코르와트에서 한 달 살기(대원사·1만3,500원)’는 살면서 잃어 버린 무엇인가를 찾고자 하는 이들이 과감히 여행 가방을 싸게 만들 매력 만점의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앙코르와트의 도시 시엠립에서 한 달 동안 머무르면서 여행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생애 첫 여행지인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 매료돼 매년 크메르 제국을 찾아 그들의 숨결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안전하다고 여긴 패키지여행 상품을 골랐으나, 일상으로 돌아와 일을 하는 중에 앙코르와트 앓이가 시작된 것이다.

 최소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는 위대한 크메르 제국이 이룩한 앙코르 문화를 다시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비자가 허락하는 30일, 딱 한 달만 살아보겠노라 다짐하고 그렇게 ‘대지의 땅’을 찾았다.

 앙코르와트는 누구나 알듯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시엠립 전체가 유적지일 정도로 사원도 많고, 수백, 수천 년 전의 시간이 곳곳에 웅크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짧은 일정으로 앙코르와트 유적지만 둘러보는 패키지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많지만, 저자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둘러봤으면 하는 아쉬움을 담아 페이지마다 꼼꼼하게 새겨넣었다.

 때문에 책 속에는 일반적인 여행 서적에는 없는 정보들이 가득하다.

 저자가 패키지 여행에는 없는, 뚝뚝기사나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곳들을 지도를 보며 찾아다닌 까닭이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나름대로 하이킹 코스를 만들기도 하고, 호텔 테라스에 앉아 아침마다 커피와 맥주를 마시며 시엠립에서 구입한 기타를 치곤 했다.

 그리고 여행의 묘미인 크메르인들과 맺은 깊은 인연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영어가 서툴러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용기를 내 소통을 시작한 기타리스트가 꿈인 소년 꾼과 그의 가족들과 함께 소풍을 가기도 했다.

 그렇게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를 한 달, 여행 막바지에 접어들어서는 너무도 검게 그을린 탓에 캄보디아 청년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저자의 여정을 따라 흥미롭게 앙코르 와트 구경을 하다 책을 덮는 그 순간을 조심(?)해야 한다. 어쩌면,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 사의를 표한 하얀 봉투를 떨리는 손으로 내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마흔이 넘어 두근대는 그 가슴을 주체하지 못해 여행 가방을 쌌던 그 남자처럼…. 시엠립의 낮과 밤이 우리를 부른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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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2019-02-12 08:12:12
기사가 약간의 위트가 있으며 짧은 수필같이 읽기가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