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 갤러리…허보리 작가 ‘광화문 사냥꾼’전
백희 갤러리…허보리 작가 ‘광화문 사냥꾼’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1.2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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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백희 갤러리가 30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허보리 작가의 개인전을 연다.

 ‘광화문 사냥꾼’을 테마로한 10여 점의 작품은 마치 고기의 부위별 마블링과 같은 모양새다.

 허 작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하철 입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그 시각, 세상 속에서 엉뚱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한결 같이 어두운 색깔의 바지와 비슷한 느낌의 자켓을 걸친 무채색의 사람들이 재빨리 건물로 들어가고, 점심시간이면 와르르 쏟아져 나와 1시간 안에 식사를 구겨넣고 다시 일터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현대인들을 원시적인 개념의 사냥꾼처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작가는 광화문 사냥꾼들의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뜯고 자르고 이어붙인 바탕 위에 반복적인 바느질이란 노동집약적 행위를 통해 전리품을 기념비로 만든다.

 처음부터 의도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자수라는 작업방식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패턴이 눈에 들어온다. 면사 여섯가닥이 꼬여있는 자수실을 한가닥씩 뽑아 마치 소묘를 하듯 수놓은 작품은 마치 채끝살, 살치살, 등심, 안심, 양지머리 등 각기 다른 마블링은 와이셔츠와 넥타이 위의 추상화가 된다.

 석혜원 독립큐레이터는 “넥타이와 셔츠를 고르고 해체하고 꿰매는 행위, 전리품의 아름다운 패턴을 수실로 한땀한땀 수놓는 수없이 반복적인 행위와 시간이 모여 화려한 작품이 완성된다”며 “입체적이면서도 다분히 회화적인 허보리의 고기 추상은 발탁 받은 임금노동자-광화문 사냥꾼들의 수고에 찬사를 보내는 동시에 남녀 간의 전통적 역할이 모호해지는 현대사회에서조차 여전히 전통적인 여성성을 강요받는 여성들의 그림자 노동을 동시에 조명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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