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갈등과 세대갈등을 넘어서는 소박한 방법
가족갈등과 세대갈등을 넘어서는 소박한 방법
  • 김동근
  • 승인 2019.01.24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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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와 통신의 발달로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개인주의, 고령화, 결혼기피, 이혼율 증가, 저출산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증가로 우리사회는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결혼기피로 인한 출산율 저하는 국가적인 과제가 되었다. 2018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평균 출산율이 1명이 채 되지 않은 유일한 국가로 기록되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가족구조와 기능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가족구조는 3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에서 빠르게 핵가족화 또는 소가족화하고 있다. 혼자 벌어서는 집을 장만하거나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어서 맞벌이 가족도 증가하고 있다. 가족의 규모가 축소하면서 가족 구성원간의 교류 기회가 줄어들게 되었고, 맞벌이 가족의 증가로 자녀양육 및 가족 돌봄 기능이 약화하였다.

 또한 우리사회는 가족갈등, 세대갈등을 야기할 여러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급속한 사회 변화로 세대 간의 가치관에 차이가 존재하게 되었고, 자녀세대는 ‘우리’보다는 ‘나’를 앞세우는 개인주의가 팽배해 있다. 자녀세대는 ‘나’를 주장하기 시작한 첫 세대이다. 과거 부모세대는 가족이라는 덩어리로 움직였지만, 자녀세대는 가족 구성원 각자가 움직이는 세상이 되었다.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패러다임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부모세대의 패러다임은 ‘생존’이었다면, 자녀세대의 패러다임은 ‘외로움’이다. 부모는 생존을 위해 공부와 취업에 목숨을 걸었다면, 자녀는 생존보다는 외로움 탈피를 위해 친구 관계를 소중히 생각한다.

 둘째, 맞벌이 부부는 증가했지만, 양성평등 의식은 여전히 미흡하다. 맞벌이 부부간에도 부부의 역할에 대해 남편은 경제부양자, 부인은 양육·가사라는 전통적인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다 보니 여성은 양육과 가사 그리고 회사 일에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다.

 셋째, 취업이 어려워지고 결혼기피로 인해 혼인연령이 높아지면서 부모의존도가 증가하고 있다. 자녀세대는 경제적으로는 예전처럼 부모에 의지하면서도 가치관으로는 자아를 내세우는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부모나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넷째, 급속한 노령화로 인해 50-60대는 노후준비가 턱없이 미흡하다. 부모세대는 자신의 부모를 봉양하고 자식을 가르치느라 자신의 노후를 대비해 저축할 틈이 없었다. 자식이 부모를 위해 드려야 하지만 자녀세대는 ‘부모는 부모, 나는 나’라는 인식이 강해 부모가 허탈해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노부모 부양과 상속문제로 형제자매간, 고부와 장서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다섯째, 경제환경이 변하고 취업기회가 적어지다 보니 더 바쁘게 살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가족간의 대화시간은 턱없이 부족해졌다. 작년 5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초중고 학생 5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단 13분(평일기준)에 불과했다. 반면 학원, 숙제 등 학교 밖 공부 시간은 190분, TV·스마트폰 이용시간은 84분이나 되었다. 거의 매일 자녀와 대화하는 부모 비율은 53.7%로 OECD 평균 70.0%에 비해 많이 부족했다.

 우리가 가족갈등이나 세대갈등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세대갈등뿐만 아니라 가족갈등도 ‘집안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로 바라보아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가족 간은 물론이고 세대 간의 대화가 부족하다 보니 서로 이해하는 폭이 좁아지는 소통 단절현상이 나타나 부부 및 세대 간의 가족갈등이 심화하였다. 세대 간 또는 가족 간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대화 및 의사소통 강화, 공유하는 시간의 확대 등 가족차원의 노력과 사회적 차원에서 가족친화적인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가족차원의 노력으로는 ‘밥상머리’ 교육이 필요한데 집안에서 요리하지 않는 가정이 늘어나 안정된 소속감을 주는 가족의 식탁이 해체되고 있다. 여성들이 직장을 다니면서 육아와 가사일에 지쳐 있다. ‘남자들이여, 칼을 들어라!’ 이제 남자들이 가정에서 칼을 들고 가족의 식탁을 책임져야 할 때이다. 그때 ‘밥상머리’ 교육이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가족친화적 환경 조성은 직장과 지역사회 단위에서 단편적인 인식개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제도적인 부분이다. 독일의 ‘키타 암 자이지그베르그(Kita Am Zeisigberg)’와 ‘가족센터’가 대표적이다. 키타 암 자이지그베르그는 원래 결핵환자를 위한 헬스케어센터였는데 지금은 어린이와 노인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 양육 및 보육시설로 변모했다. 이곳에서는 ‘세대 간의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두 계층이 어울리는 시간을 갖는다. 대가족 제도처럼 노인과 어린이가 이웃이 되어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게 하여 노인들은 에너지가 가득한 손자손녀 같은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삶의 의욕을 얻게 되고, 어린이들은 노인이 쌓아온 인생경험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더욱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가족센터는 지역 내 어린이집, 유치원 등 기존의 교육·보육·돌봄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을 대상으로 인증을 부여하고 기능 확장을 통해 육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프로그램이 정해지며, 개별 아동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에 대한 상담,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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